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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야! 벼락치기 공부 그만하면 안되겠니???
정진공
2012. 7. 31. 13:35
철수야! 벼락치기 공부 그만하면 안되겠니
<신성대 칼럼>지는게 싫어 혼자 독학으로 공부하고 나서는 일등강박증
주변인 걱정 '사회성 부족과 이중성' 깻잎머리 아래 감춰진 독선의 향내
주변인 걱정 '사회성 부족과 이중성' 깻잎머리 아래 감춰진 독선의 향내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2012.07.29 11: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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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지난 3월 27일 저녁 7시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예정된 ´소통과 공감´ 강연을 위해 들어서며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3년 전쯤, 인사동 문화사랑방에서 누가 영감을 떠올리는 바람에 안철수와 함께했던 주변인들에게 그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어떻겠느냐고 물었을 때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었다. 그랬다간 “철수도 불행해지고, 나라도 불행해질 것”이라고들 했다. 나름 야망을 품고 있는 인물로 짐작은 했지만 무엇보다 그의 사회성 부족과 이중성, 그리고 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많다는 결론에 이르자 그만 기대를 접었었다. 다만 우리 사회에 촉매자로서 그만한 인물도 없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었다.
그후 매스컴이나 청춘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야망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보폭을 넓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소통에 능한 인물인 것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실은 평소 남들과 전혀 섞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여 그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1,2년짜리들이다. 3년 이상 함께한 인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그가 사장으로 있을 때는 직원들과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과의 섞임을 기피했었다.
철수의 위대한 콤플렉스? 일등강박증
그는 최고학부를 나온 의사로서 누구보다 자신의 성적과 도덕성(실은 모범생)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그의 꿈은 서울대 의대 교수였었다. 헌데 당연시했던 교수 임용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자존심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때 받은 트라우마로 인해 이후 그의 성격과 행로는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단국대 의대 교수가 되었지만 이미 일등 모범생으로서의 꿈은 물 건너갔다. 일류 아닌 지방 신생병원에서의 쪽팔린 인생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만두고 나와 아예 엉뚱한 길로 나서버린 게다.
운 좋게 마침 아무도 먼저 시작하지 않은 분야를 발견했던 것이다. 만약 당시 누군가가 앞선 사람이 있었으면 결코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공부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떨어트린 서울대 의대에 복수하기 위해 보란 듯이 성공해야 했고, 다른 어떤 의대 교수보다도 훌륭하고 유명해져야 했던 것이다. 결국 서울대 교수로 돌아왔고, 동시에 마누라를 그 의대에 교수로 앉힘으로써 맺힌 한을 풀게 된다.
<철수 생각>의 자아 도취
그보다 못한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사치에 가까운 환경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성공과 행운을 거두고 많은 젊은이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안철수. 누가 봐도 좋은 팔자와 복을 타고났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가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의 진로는 물론 사회 현실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남다른 고민과 사명감, 치열한 자기 투쟁,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극복, 행동하는 지성 운운하며 자기미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구세주의 운명을 타고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렴 그 환상들이 부메랑으로 곧바로 자신을 향하게 될 줄 전혀 예상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종교도 없다.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도 없다. 말 그대로 범생이다. 두루 갖춘 교양에서 나오는 균형 잡힌 사고와 여유를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하게 바둑을 두는데, 그것도 재미라기보다 지지 않기 위해 둔다. 대개 바둑은 누군가와 함께 두어가면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혼자 바둑책 수십 권을 독파하여 바둑을 익혔다. 누군가로부터 배운다는 것이 싫었던 게다. 그랬다간 그 사람이 자신보다 잘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독학하는 것이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성격이어서 약자에겐 따뜻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강한 사람이 부당하게 공격하면 더 세게 맞받아치는 '괴팍한' 성격이 있다? 대단한 의협심이다. 무협소설도 꽤나 읽었나보다. 바둑도 혼자 두기를 좋아하고, 간혹 남과 둘 때에는 미리 두 시간 정도 공부하고 나온다. 지기 싫은 것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그는 자신보다 잘났거나 동등해지는 사람에겐 가차없이 등을 돌려왔다. 하여 그의 주변엔 저보다 못한, 아랫사람만 붙어 다닌다.
‘큰바위 얼굴’은 관악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조순, 고건, 이수성, 이회창, 정운찬 등 대선 때마다 서울대 출신들이 저마다 ‘관악산 큰바위 얼굴’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입맛만 다시다가 사라졌다. 이번에도 역시 타향에 나가 작게나마 사업적으로도 성공해서 돌아온 한 의대 출신이 무슨 원장이라는 명색(名色)을 걸고 대선판에 나갈까 말까를 두고 한껏 간을 보고 있다. 그만하면 이전의 ‘큰바위 얼굴’들이라면 진즉에 뛰어들고도 남는 지지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사 출신답게 꽤 신중하다. 무엇보다 전설의 큰바위 얼굴과 비슷하게 닮은 구석도 많다. 게다가 한두 가지 착한 일도 했다 한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특유의 환한 미소도 미리 정해진 각본대로가 아니면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평소 그에게서 웃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독 기자들에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만면에 웃음을 머금는 변신을 잘해 낸다. TV를 본 시청자들도 사뭇 고집스럽고 음산해 보이는 인상에 비해 의외로 친절하고 소탈해 보이는 연출에 깜박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정치적이어서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하지만 긴 깻잎머리로 큰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運)을 깎아내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유유상종. 안철수와 같은 깻잎머리과는 자신보다 작은 깻잎머리의 맹목적인 추종자라야 그와 함께할 수 있다. 물론 자신보다 덜 잘나야 한다. 그렇다고 별 볼일 없거나 지나치게 못나서도 안 된다. 하여 박경철이나 김제동 정도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하겠다. 그 중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이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분…!!” 바로 그거다. 그 앞에서는 무조건 납작 엎드리고 황후처럼 높여주어야 한다.
깻잎머리 아래 감춰진 오만과 독선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지만, 환한 웃음과 웃음 사이에 언뜻 언뜻 내비치는 수상한 눈빛은 섬뜩하다. 고민은 했을망정 고생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투명한 아랫입술을 밀어내며 꾹 다문 입, 그리고 깻잎머리는 모든 사람을 자기 밑으로 깔아보는 독선과 자만으로 가득하다. 겉으로는 한없이 순수한 듯 웃지만, 조금이라도 기분 상하면 얼굴이 벌개져 바로 등을 돌린다. 그것도 싫다 좋다는 말도 없이 그냥 전화 안 받는 걸로 관계를 차단해 버린다.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오래된 인연이 극히 적다.
초기 원로 정치 멘토들이 팽당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 두 손 조아리며 머뭇거리는 공손함에 홀딱 반한 게다. 허나 그 깻잎머리 아래 감춰진 오만과 독선을 보지 못하고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가볍게 대한 탓이다. 제 엄마도 어렸을 적부터 존댓말로 공경했는데, 한물간 노병들이 조금 어른 대접해 주니까 감히 자기더러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려 들어? 해서 등을 돌려 버린 게다. 그는 평소 반대하거나 싫은 것에는 가타부타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해서 주변 사람들을 지독하게 스트레스받게 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게 만든다. 한 번 당해 본 사람은 그 차가움에 만정이 떨어진다.
그는 자신보다 잘나지 않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자기보다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행세하는 꼴을 차마 그냥 보고 못 산다. 모든 질서나 서열, 그리고 재화가 성적순, 도덕성순, 선행순, 청결순으로 배열 분배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초적인 불만을 품고 있다 하겠다. 하여 그에 반해 보이는 권력자나 부자들에 대한 멸시와 적개심이 얼굴 가득하다. 오직 자신만이 그에 부합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선(善)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 찬 독선자의 얼굴이다. 독선이 권력과 합쳐지면 그게 바로 독재가 된다.
그렇지만 철수는 머리가 좋다. 연구에 대한 집중력도 대단하고 외우고 학습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약점은 미리 학습하지 않은 일이나 질문에는 대책이 없다는 거다. 해서 지난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기자들의 전혀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싸가지 없이’ 답변하는 바람에 원로 멘토들을 개망신시켜 원수로 만들고, 한쪽 당을 버림으로써 절반의 시민들을 적으로 만들어 절대반지를 12k로밖에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걸 이제 와서 순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또 책을 낸다, 방송 출연 한다고 법석을 떠는 것이다.
성자(聖者)의 위험한 도박
생전 달리기조차 한번 해본 적도 없는 범생이 어느 날 우연히 축구를 보다가 얼떨결에 승패를 맞혀 재미를 붙였다. 허나 선수로 뛰기는 어림없는 일. 해서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축구책을 모조리 독파하고 나니 축구감독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국가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아니면 후원금 좀 내놓고 구단주 노릇이라도 해보겠단다. 젊었을 때 공부한답시고 잃어버린 청춘을 그렇게 해서라도 맛보고 싶었던 건가?
이 나라가 청춘들의 나라만은 아니지 않는가? 늙은 사람도 있고, 아무리해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사람도 있다. 선과 악, 깨끗함과 추함, 정의와 불의, 머리 좋은 사람과 머리 나쁜 사람,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죽어도 싫다는 사람이 뒤섞여 공존하는 나라다. 그렇다 한들 모두 함께 품고 가야 하는 동포다. 그 식성 까탈스런 결벽증으로 혐오해 마지않는 비상식적인 국민들까지 품고 갈 자신 없으면 하루빨리 그만두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상식일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예선전을 피해 결선 한방으로 청와대에 들어간다 해도 그의 체력으로는 대통령직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웬만한 단체장만 돼도 거의 초인적으로 일해야 한다. 앉아서는 수만 가지, 뛰면서는 수백 가지를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하루에 수십 건을 결제하고 주재해야 하는 자리다. 사건마다 문 걸어 잠그고 들어앉아 며칠 혹은 몇 달씩 공부하고서 결정할 수도 없다. 기분 나쁘다고 토라져 사나흘씩 회사에 무단결근할 수도 없다.
남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각오? 한심한 소리! 당선된 후에도 계속 공부? 대통령 자리가 그렇게 몇 배의 시간을 들여 공부해 가면서 수행할 수 있는 한가한 자리인가. 공부 잘한다고 아무 일이나 다 잘한다든가? 기업경영 경험? 혼자 독학해서 백신 개발한 것은 맞지만 실제 마케팅과 관리는 제대로 해본 적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얌체스럽고 고집스럽고 게걸스러워 보이는 다문 입은 전형적으로 간과 심장이 약함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그는 B형 간염을 앓았다고 한다. 지극히 소심한 만큼이나 심장도 분명 약하다. 심장마비를 조심해야 한다. 매사에 결정은 제가 해야 하는 성질로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을까? “철수야, 철수야, 뭐 하-니?” “공부한-다!” 그게 정답이다. 그래야 제 명대로 산다.
국민은 모두 열등생인가?
자신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상관? 천만의 말씀. 철수는 정치인이다.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 그 이후의 모든 언행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 대권도전에 나서든 안 나서든 그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보권선거에서 자신이 정국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의 결과가 여당의 승리로 기우는 황당한 결과에 분노하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고 한다. 오만의 극치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현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서 기분 상했다는 건가? 서울시민이 아닌 다른 국민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건가? 제 뜻에 따르면 상식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상식인가? 해서 다음 대선에서 이를 바로잡아 놓아야겠다는 건가?
아무렴 부화뇌동에 익숙해서 주체적이지 못한 일부 시민들도 문제다.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생각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교수, 목사, 신부, 작가 등등이 지지한다 해서 맹목적으로 자신의 주권을 양도해 버리니 말이다. 감정과 이성이 지나치게 가까운 민족이다 보니 그런 선동가들에 놀아나는 게다. 그래서 이번에도 대선레이스 막판에 뛰어들어 판세를 뒤집어 놓겠다고 뜸들이는 건가? 국민들더러 또 그 요행수에 돈을 걸어 천박함을 순박함으로 착각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이번 기회에 만회하라?
그러면서 철수는 말한다. 자신이 낸 책과 힐링캠프를 보고도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이 늘지 않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언뜻 순수하고 상식적인 주장 같지만 뒤집어 보면 국민들을 협박하는 게다. 그토록 목말라한다면 빨리 지지율을 높여 자신이 결단할 수 있게 하라는 게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가? 60? 70? 80? 절대지지로 김정은처럼 추대 받고 싶은가? 아니면 안 그만둔다?
안철수신드롬? 안철수증후군?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한사코 권력 의지가 아니란다. 국민의 열망에 떠밀려서란다. 그렇다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는 왜 나오겠다고 했었나? 권력 의지가 아니라 행정 의지였나? 언제 시민들이 철수더러 나오라고 한 적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나온다고 했고, 그래서 시민들이 지지를 보낸 것 아닌가? 그게 권력 의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신은 권력 의지도 욕심도 없는데 국민들에게 떠밀려 나왔으니 나중에 잘못돼도 제 책임이 아니라는 건가? 나아가 제가 원한 일도 아니니 여차하면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건가?
이번 자서전에서 자신도 어렸을 적엔 공부를 잘 못한 적도 있는 보통사람이라며 엄살을 떨고 있지만 그는 아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언제나 일등으로 살아온 범생이다. 하여 출마든 포기든 양보든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 일등이니까. 아무렴 일등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시키고서야 결정할 것이다. 자신이 없어 포기한다거나, 누구에게 밀려서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강박증의 소유자다.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봤지, 내가 자신이 없어서 혹은 실력이 없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조만간 내리겠다는 결론도 아마 “철수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일 것이다.
국민의 열망이 커지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결국 자신이 선택할 일이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이중적이다. 너구리 굴 파듯 빠져나갈 구멍 여러 개 만들어 가면서 말 그대로 간을 보는 것이다. 여차하면 그 일등조차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성자로 남겠다는 게다. 왜? 철수는 모범생이고 착하니까. 당연히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최선이고 도덕적이란 거다. 요순(堯舜)과 같이 끝까지 추앙받고 싶은 게다. 자신이 1등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하여 지금 그걸 한껏 즐기는 거다.
선수든 촉매자든 상식선에서 출발해야
우리 사회는 좋든 싫든 나름대로 정해진 룰에 따라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 룰이 만인에게 공평하지도 또 완벽하지도 않다. 세상에 그런 룰은 없다. 하지만 각자가 속한 작은 집단에서부터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에까지 당장의 룰에 따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마 레이스가 시작된다. 모두들 우승 예상 말에 돈을 건다. 헌데 간혹, 정말 어쩌다가, 전혀 예상밖의 결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선두를 달리던 말이 어떤 이유로 나둥그러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꼴찌가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 경마뿐이랴. 모든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헌데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어찌되는가? 게임이 성립되는가? 차라리 요행을 바라고 복권을 살 일이지, 누가 게임에 참여하겠는가?
안철수는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절반의 절대반지를 이용해서 게임을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5% 대의 지지율밖에 안 되는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게 잘한 일이고, 또 옳은 일인가? 똑같은 일(사건, 사고)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면? 그게 온전한 게임인가? 누가 룰을 지키겠는가? 어떤 선수가 정상적인 노력을 하겠는가?
그 요상한 상식 때문에 민주당을 불임정당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주자들이 최선을 다해 정책 개발로 승부할 생각은 않고 절대반지의 힘을 빌려보려고 눈치만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게 철수가 바라는 게임인가? 굳이 요란하게 경선레이스 펼칠 것 없이 그냥 철수가 찍어주는 사람에게 대통령 시키면 될 것을.
철수는 물러날 기회를 놓쳤다?
이미 철수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몰려들었다. 그를 믿고 관련주에 투자한 사람도 적지 않다. 국민들도 그의 놀음에 장단 맞춰주며 함께 놀아주었다. 무엇보다 오래 기다려 주고 나름 기대도 걸고 있다. 헌데 더 이상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만에 하나 필자의 상상대로 비록 절대적 지지는 아니지만 최고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미련 없이 내던져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국민을 졸로 보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과연 그때 쏟아질 돌멩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렵지 않다? 말장난이다. 가식이다. 도전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두려운 거다. 두렵지 않다는 그 말도 뒤집어 보면 빠져나갈 구멍에 불과한 수사다. 포기한다 해서 절대 겁먹어서 그런 것이 아님을 미리 못 박아 두려는 얕은 수작이다. 민주당을 불임정당으로 만들어 놓고, 기껏 국민들 한창 부풀려 놓고, 기다리다 지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하면? 국민을 바보로 알고 우롱하는 꼴이 아닌가?
그는 이미 곱게 발을 뺄 기회를 놓쳤다. 한 번 낀 절대반지는 손가락을 자르지 않는 한 빠지지 않는다. 도전은 힘들겠지만 물러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일이다. 하루빨리 어릿광대 놀음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을 것이다. 그동안 쌓아 온 공든 탑마저 거품으로 사라질 때 민심의 변덕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는 말끝마다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이대로 안 될 건 또 뭔가?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무균 사회를 만들겠다는 건가? 물론 기성 정치인들의 그동안 한 짓들을 보면 실망스런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대로 안 된다는 건 지나친 결벽증이다. 그 자신이 말했듯 집권당이 무능했다고 야당인들 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해서 자신만이 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아닌가?
지난번 철수표 로또 맞은 박원순 시장, 지금까지 그런대로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난리를 피워 가며 모험을 하고 뽑은 시장치고는 뭐 그다지 이렇다 할 만한 실적도 낌새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양보하지 않고 안철수가 직접 맡았던들 별 수 없었을 것이다. 대권 도전자들마다 하나같이 세상을 바꿔 보겠다거나 잘 살게 해주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국가 발전 단계를 보면 이미 그런 세상 다시 오지 않는다. 단체장 한 사람,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세상이 금방 달라질 만큼 이제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이미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
물론 경기장 밖에서 철수와 같은 촉매자로서의 엘리트들이 이렇게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판을 엉망으로 만든 책임은 절대적으로 권력 핵심부와 집권 여당에 있다. 하지만 야당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하여 대선을 앞둔 지금도 불임정당 유력주자들은 오매불망 ‘그분’이 안아주기만을 바라며 창녀처럼 웃음만 팔고 있지 않은가.
이젠 국민이 안철수를 간 볼 차례
어쨌든 철수는 국민들을 충분히 간 보아 왔다. 비밀과외든 독학이든 아무튼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흔적인 공책도 책으로 펴내고 그 막강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하고픈 제 자랑 다했다. 그만하면 국민들도 충분히 기다려주었고, 철수가 할 수 있는 철수 이야기는 다 들었다. 허니 이제부턴 국민이 철수를 간 볼 차례다. 대선에 출마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강철은 불순물들과 함께 불 속에서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불순물 없는 순철은 물러서 못 쓴다. 불순물 다 제거해서 청춘공화국 만들겠다는 의료적 결벽증 역시 독재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 실제 많은 독재자들이 사회악을 청소한다며 청년들을 선동해서 권력쟁취의 도구로 삼았었다. 인기와 리더십은 별개다. 주변인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면서 나라를 이끌어보겠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철수도 이제 공부 그만하고 운동장에 나가 다른 동네 아이들하고도 어울려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 1등이 아니라 2등, 3등, 심지어 꼴찌 하는 법도 배우고, 무엇보다 남에게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길 줄만 아는 안철수는 철수가 아니다. 양보할 줄 아는 착한 철수가 아니라 질 줄도 아는 철든 철수가 되라는 말이다. 그래야 남 귀한 줄 안다. 그래야 남 잘난 줄도 안다. 그래야 겸손을 가장한 오만을 털어낼 수 있다. 자기최면 자기미화로 성자(聖者)연 해서는 결코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예서 계속 머뭇거리다간 분명 인생에서 두 번째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항우가 그랬듯 져 보지 못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새로운 세상은 국민이 만들어 가는 것
인물은 고난 속에 만들어지고,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난세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된 나라다. 지난날 가속 성장에 익숙해졌다가 가속이 줄자 일시적으로 울렁증을 겪는 것뿐이다. 이런 시기에는 필연적으로 짝퉁 영웅, 짝퉁 현자, 심지어 변태 욕쟁이까지 나와 혹세무민하게 된다. 가속없는 성장에 익숙해질 때까지 모두들 제자리에서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지난 시절 돌이켜보면 아쉽기도 하고, 현재는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부턴 이 이변 없는 지루함과 점진적인 발전과 개선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 그게 상식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