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스크랩] 뜸사랑이야기13

정진공 2009. 3. 9. 16:17

  뜸사랑 봉사실에서 몸이 많이 불편한  30대의 예쁜환자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아팠지요.

몸 한쪽에 마비가 와서 팔도 다리도 쓰지를 못했어요. 멀리서 오는 모습을 봐도 몸이 많이 불편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어요.

30대 초반에 쓰러진 그녀는 모야모야 병이라고 하더군요. 병명이 생소해서 의아해하는 나에게 소아중풍이라고 본인이 설명을 해주었어요.

모야모야는 김이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는 뜻의 일본 말이지요.

뇌혈관 촬영에서 그물 모양의 가느다란 이상 혈관이 연기가 올라가는 형태로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그녀는 쓰러지기 전에 너무 행복했었대요.

남편은 자상하고, 아이들은 탈없이 잘 크고, 이웃들도 죽이 잘 맞아 매일 매일이 즐거웠대요.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가끔 밀려오곤했대요.

어느 날 옆 집에 이웃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  진통제를 먹으러 집으로 갔대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더래요. 약 먹으러 간 사람이 안오니  누군가 가보았고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병원으로 옮긴거래요.

자상한 남편은 병문안을 열심히 왔대요. 얼마 후에 남편이  옆 침대에 잠시 입원해 있던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대요.

결국 이혼하고 친정엄마와 살고 있대요.

우연히 뜸사랑을 알게 되어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뜸을 몇 일 떴을 때 몸의 변화를 느꼈대요. 

아무리 기를 써도 안 되던 요가 자세가 저절로 되더래요.

그 때 확신을 했대요.뜸으로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대요. 그래서 집에서도 게으름 피지 않고 매일  떴대요.

몇 년이 흘러 이제 그녀는 거의 정상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밝고 명랑하지요. 항상 책을 읽으며 순서를 기다리고요.

그녀는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환자들은 때로 봉사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지요.

망설이다가 글을 쓴다고 했어요.

그녀는 나에게 싸인을  해달라고 얼른 노트를 펼쳤어요.

내가 아무리 사양을 해도 자꾸 부탁을 하는 바람에 결국 싸인을 했지요.

우리 동네를 벗어나  하게 된  첫번째 싸인이에요.

그녀의 이야기를 나중에 글로 쓰고 싶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어요.

 "아이들은 안 보고 싶으냐. 남편은 안 보고 싶으냐 " 물었어요.

 "그들과의 인연이 그 만큼 이었나 봐요."

그녀는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남편 원망도 안 한다고 했어요.

몸이 이런데 그 사람인들 어떻게 하겠느냐고...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새로 한 결혼생활 행복하고  아이들 잘 키워주니 고맙대요.

 

그녀에게는 원망하는 마음이란 하나도 없었어요.

가끔 세상을 원망 하는 나는 정신이 번쩍 났지요.

그녀는 오른 쪽 뇌에 이상이 온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어요.

왼쪽 뇌가 터졌다면 언어기능 마비로 이야기도 못할텐데 하면서...

이렇게 무료로 치료해주는 뜸사랑을 만난 것도 감사하기만 하대요.

그녀의 마음엔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그녀의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어요.

 

출처 : 뜸사랑이야기13
글쓴이 : 이정자 원글보기
메모 : 뜸사랑이야기가 아픈 분들께는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