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건강을 위한 침뜸 이야기
머 리 말
사람은 누구나 자연으로 생겨서 자연의 힘으로 태어나 자연으로 살다가
자연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살
기 위해 모든 힘을 다 하여 보아도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게 앓으며 평생을
병과 싸우는 수가 있습니다. 평생을 건강하게 살려는 마음은 만인이 다 같
을 것입니다. 인술자로서 어떻게 하면 평생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데 침과 뜸으로 팔십 평생을 환자와 살아오면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자기 몸은 의사보다 자기가 먼저 알 것이므로 스스로 관리하여 예방에 힘
써야 하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모르고 병난 뒤에 애써 건강해지려 하지
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병입니다. 병이 난 뒤 최초의 의학이며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보물, 우리의 침뜸을 모르고 서양 의학으로 고치지 못하
고 여기 저기 안 간곳 없이 다니다가, 침뜸을 원시 의학이라 하여 믿지 않
으면서도 갈 곳 없어 최후로 치료를 받아 보고 손쉽게 나을 때 과거의 고
생을 후회함을 종종 봅니다.
그리하여 온 인류가 평생 건강하도록 침뜸에 대한 것을 들은대로 아는대
로 이야기 하여 봅니다. 서양에서는 침뜸을 새로운 의학으로 받아들이고,
WHO에서도 침뜸을 인증하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말살시키려고 하
였다가 이제 와서는 자기들 것이라고 하는 단체와 없애려고 하였던 사람들
도 속셈으로는 욕심을 내고 있으나 최초의 의학은 침과 뜸이었음을 다시
생각하여 빠른 시일내에 대를 이을 수 있게 하여 세계의 흐름에 맞추어 가
고 침뜸으로 평생 건강하시도록 이 소책자에서 이야기 하여 봅니다.
1995년 3월
김남수
차 례
자기 몸은 스스로 관리하여야 한다. 5
병은 예방이 더 중요하다. 5
미병치료(未病治療) 란 6
무리한 건강법은 몸을 오히려 망친다. 6
침과 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7
죽음에 관계 없는 병과 건강하게 사는 데는 침뜸의 힘이 크다. 9
침뜸이 약과 다른점 10
아픔〔痛覺〕을 알게 함은 보호 요청이다. 10
인체는 스스로 고치려는 힘이 있다. 11
침뜸은 체질 개선으로 병의 뿌리를 끊는다. 12
침구사는 몸 전체를 중시한다. 12
침뜸이 서양 의학보다 우수한 점은 13
침술원은 병원보다 말을 들어 준다. 14
뜸을 모르는 이야기 15
중풍의 예방과 뜸 17
물에 빠진 사람은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 19
나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병이 나았다는 말 19
미용 때문에 오는 사람의 이야기 20
"죽일놈"의 이야기 20
침이란 참으로 아픈 것인가? 21
침과 뜸에는 습관성이 있는가? 22
침에 대한 공포 22
"침구 치료 후 물을 만지면 안된다" 23
"침 치료 후 식보(食補)를 하여야 한다" 24
"여기 좀 놔주세요 저기 좀 떠주세요" 24
침은 전문가가 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25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편리한 요법 26
자연과 같이 살고 있는 것을 잊지 않게 26
신경도 두 가지가 있어 음양과 같다. 27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이란 무엇인가 28
1. 몸 밖에 나타나는 몸의 이상 29
2. 사람의 몸에는 오장육부(五臟六腑) 29
경혈(經穴)에는 형태가 없다. 29
병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 30
침은 왜 아픈 것이 없어질까? 30
1. 진통 효과의 경험적 사실 30
2. 엔돌핀이 통증을 진정시킨다. 31
침을 찌르면 엔돌핀이 생긴다. 31
1. 몰핀과 같은 작용 31
2. 엔돌핀은 혈액을 돈다. 32
침은 면역 능력을 높인다. 32
1. 침으로 백혈구의 수가 증가한다. 32
2. 몸속에 면역을 만든다. 32
폄석( 石)과 침 33
침구의 전통 (전통 의학의 2대지주 침구와 한약) 34
中西合作運動의 新展開 35
중국에서의 침의 현상(일본 방문단의 기록) 36
세계속의 다시 보아야 할 침구 의학 37
침구사의 육성에 대하여 38
동서의학(東西醫學)의 결합을 바라면서 39
의학은 진보하는데 환자는 왜 없어지지 않을까? 40
자기 몸은 스스로 관리하여야 한다.
현대와 같이 건강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수명이 연장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오랫
동안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는 병"을 겁내면서 살아왔다. 결핵, 폐렴, 위궤양 등 죽음의
그림자에 마음 편치 못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서양 의학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중한 병
은 점차 완치되어 인간 만원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여졌는가 하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현대 사회 특유의 여러 가지 공해와 스트레스에 의해 금방
"죽지 않는 병"을 앓아 가고 있다. 병이라고 할 정도로 중하지는 않고, 건강한가 하면 자
신 없는 반건강(半健康), 반환자(半患者)가 현대인의 태반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
이다. 자신의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무엇으로 어떻게 건강한 몸을 유지할까?"
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과제가 되었다. 현대에는 병든 뒤에 고치려 하지 않는다. 먼저 병
들지 않게 건강 관리에 기를 쓰는 시대다. 만일 상태가 안 좋으면 병이 가벼울 때에 치
료를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 하여 관심을 갖는 것이다.
예로부터 "감기〔風邪〕는 만병의 뿌리"라고 하였다. 이는 "큰 병이라도 가벼울 때 고
쳐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과 같이 미리 자기가 알아차려야
한다는 경고의 말인 것이다.
자기의 몸을 스스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말하여 본다.
병은 예방이 더 중요하다.
침뜸은 "발 삔 데나 맞는 것"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
들이 침뜸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침은 세계적인 규모로 크나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1994년 11월 12일부터 14일
까지 세계 속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정도 6백년과 때를 같이 하여 세계 대회가 열렸다.
이는 '88 올림픽보다 더 의미 깊은 인류 보건을 위한 대회였다. 보통은 병에 걸렸을 때
야 비로소 치료를 한다. 약이라고 하여도 병을 고치는 약은 헤아릴 수 없으나 병나지 않
게 하는약은 보기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침뜸으로는 병이 들기 직전에 치료를 하면 절
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누구나 병에 걸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날이 밝기도 전에 산에를 간다, 달리기를 한
다, 에어로빅을 한다 하며, 가지 각색의 스포츠로 신체 단련을 한다. 또 건강 식품이나
비타민제 . 보약 등 으로 각자의 생각대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병
을 앓게 된다. 완전한 건강체일 때는 병을 알지 못하고, 갑자기 병이 나면 이러한 건강법
으로 병 나기 전과 같게 되지는 않는다.
이때부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병은 전염병을 제외하고는어떠한 병
도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은 없다. 몸속에서 조금씩 안 좋아지다 한계에 달하였을 때에
한 번에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병치료(未病治療) 란
중국에서 "상공(上工-명의(名醫)를 일컬음)"은 미병(未病)을 잘 고친다고 하는 상말이
었다. 명의(名醫)는 병에 걸리기 전에 손을 써서 앓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이 상말은 그
대로 꼭 침뜸에 알맞는 말이다. 즉 "침뜸은 미병(未病)을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건강과 병을 확실하게 분간할 수는 없다. 환자같아 보이지만 아 무 병
없이 건강한 사람이 있고, 건강해 보이지만 환자인 사람도 있다. "뭔가 병이라고 할 수
없으면서도 항상 몸이 좋 지 않아요."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병이라고 할 수 없지
만 확실하게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이 더 먹지 않고 그대로 2, 3일 있으면 기능은 본 상태로 돌아간
다. 하지만 술을 계속 마시면 기능이 떨어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간장병은 그 기능이 어느 일정한 수준을 넘어 저하되어 여러 가지 장해를 일으켰을 때
발병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병과 같은 상태"였던 것이다. 이래서는 참다운 건강
상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돌발적으로 일어난 유행성 감기 등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겨울철에 감기〔風邪〕가
성하여 있을 때에는 언제 발병(發病)할 지 모른다. 여하튼 감기의 우이르스는 그 일대에
우글거리고 있어서 주의하여도 몸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몸이 참으로 건강하면 균이
침입하여도 발병하지 못한다. 아무리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사람도 조금 잘못하여 균
형을 잃었을 때는 순식간에 병들고 만다. 간장병이거나 감기이거나 병이 될 수 있는 밑
바닥을 만들게 되면 외관상의 건강은 순간적으로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빨리 고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더욱 더 좋은 방법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여러가지 병가운데 둘러 쌓여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앞에서 말
한 상말을 다시 고쳐서 "영리한 현대인은 미병치료(未病治療)를 잘 한다."라고 할 것이
다.
무리한 건강법은 몸을 오히려 망친다.
세상에는 건강붐, 스포츠, 식이요법과 헤아릴 수 없는 각양 각색의 건강법으로 백화요
란(百花擾亂)의 풍경이다. 현대인들이 그만큼 건강해지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확실한 실속이 없으면 헛된 수고로 끝이 나거나
최악일 때는 역의 결과로도 돼어버린다.
조깅의 인구는 증가 추세이나 매년 몇 사람은 생명을 잃기도 한다. 적어도 건 강을
위하여서 교통 사고나 재해가 아니라 자기의 의지로서 시작한 운동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는 것은 비극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또 최근에 테니스 붐을 타고 중년이 지나서 테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무
리 없이 하면 참으로 좋은 스포츠이지만 보기보다는 과격한 운동이므로 어깨, 무릎, 허리
등을 고장내는 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 건강을 위하여 시작한 스포츠로 몸을 망가뜨리
는 쓸데 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예는 "건강"에만 사로잡혀서 "관
리"를 게을리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도 할 것이다. 20대에는 20대의 건강이 있고
40대에는 40대의 건강이 있다. 더한층 극단적인 예로 말하면 A라고 하는 사람은 A의 건
강이 있고, B라고 하는 사람은 B의 건강이 있는 것이다. 자기의 가장 건강한 상태를 지
키려면 자기 몸을 스스로 알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남이 좋다고 나도 좋은 것
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에 무리 없도록 하고, 도를 넘으면 독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말한다.
젊었을 때에 스포츠로 건강해진 사람이 중년이 지나서도 건강하게 장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역으로 젊었을 때부터병으로 고생을 한 사람은 건강에 대한 고마움과 병의 무서움
을 자기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건강"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지병자
(持病者)가 장수한다."는 속담이 맞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자기의 건강을 잘 알고 정확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참으로 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몸가짐이나 체질은 모두 다르므로 스포츠나 식이요법을 보더라도 누구에게나 효과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침과 뜸은 각기 효과가 변하여 나타나므로 누구에게도 차별이 없다. 몸이 침뜸
의 자극을 자연으로 "자기의 건강"으로 맞추어 주기 때문이다. 즉 침뜸은 요즈음 말로
오토매틱이 아닌가 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혜택을 준다. 이는 침뜸을 하여본 사
람만이 알고 말만 듣고서는 알 수 없으며 믿어지지도 않는다.
침과 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수 천 년동안 좋아하며 친히 써오던 침과 뜸인데 현대에 와서는 그 아름다웠던 가치를
바르게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많은 역사적 경위에 의해서 침뜸이 현대 의료의 테두리
에서 벗어난 것이 원인이다. 침과 뜸을 무엇인가 기묘한 것을 보는 것 같이 호기심의 눈
으로 보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이와 같은 침과 뜸의 역사에서 메커니즘 효과까
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침과 뜸은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와 같은 오해
도 해소하도록 될 수 있으면 과학적인 이면에서 가름하려 한다. 이것을 읽어보고 난 뒤
에는 반드시 침뜸의 참됨을 이해하시리라고 믿는다. 지금 프랑스를 비롯하여 미국 등 구
미 여러 나라에서는 침의 큰 붐이 일어나고 있다. 서양 의학의 본고장인 구미 여러 나라
들이 단지 호기심에서만이 아니고 실제로 동양에서 나온 훌륭한 의학, 침뜸을 배우고 써
오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국가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말살
하여 버리려고 실오라기만큼 남았던 법을 없애버려서 도태를 면치 못하게 하여 놓았으니
민간에서 열을 내어 이어져 온 데 비하면 참으로 조그마한 파문에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
각한다. 이 작은 책자를 보시고 침뜸의 빛나는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셔서 병을 예방하여
주고, 병이 들었을 때에 고통을 없애 주는 침과 뜸에 친하여지시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
다.
과거와는 달리 전세계 의학계가 침과 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체의 이상을
정상으로 조정하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의사라고 하면 서양에서 온 의학으로 현미경을 이용하여 세균을 찾아
균이 죽는 약을 투여하여 치료하고, 전기의 발명에 의한 이공학(理工學)의 발달로 인체
내부와 세포까지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엇인가 이물질이 생겼다고 할 때 메스의 수
술 기구를 이용하여 끊고 자르고 파괴하여서 고치는 현대 서양 의사들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아니 8.15 해방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에서는 소불알처럼
큰 주머니를 허리띠 앞쪽에 매달아 그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침들을 넣어 두고, 왕진을
요청하여 오면 밤낮 없이 산과 강,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원의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약방에서는 그 의원의 화제〔處方〕에 의하여 약을 지어 주었다. 환자나 식구들이 가
서 말로 병력(病歷)을 이야기 하면 약을 주는 약방은 의원에 비하여 조금은 편한 것이었
다. 그리고 또 하나 약값은 있어도 침값은 없다고 하여 의원과 약을 파는 약방을 구별하
였다. 쉽게 생각하면 뭔가 문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뜻이 아니다. 왜 이러한 말을
하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이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사
실상 침은 원가(原價)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 옛날에 대침을 쓸 때는 몇 개의 침만 가
지면 대를 물려가며 써내려 왔으니 원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뜸하는 데는 우리
나라 산야 아무곳에나 있는 쑥이 필요하므로 큰 원가가 없다고 보아도 틀린 것은 아니어
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값이란 물질에 있어서 물질로 말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신으로 말한다면 참으로 값이 없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이 될 것이다. 그
러나 이 정신, 보이지 않는 술자의 정신이야말로 무한(無限)의 가치라고 생각해야 할 것
이다. 이 말은 약을 취급하는 사람은 처방만 나오면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대행할 수가
있지만 침구술이란 정신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을 고칠 생각보다 물욕이 먼저 생
기게 되면 정신이 흐트러져서 병을 고치지 못하고 말기 때문에 정신이 물욕에 사로잡힐
까봐 병을 고치는 데만 온 정성을 다 하도록 한 교훈의 말일 것이다. 내가 침시술을 하
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와서 그 말쪽으로 정신이 갔을 때는 시술에 해
이해져서 잠깐 무슨 시술을 하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편 환자에게는 자진하여 주도록 하였다. 공짜로 치료받으면 효과가 없다고 하여 담
배를 주었다. 왜 담배를 주는 것일까? 그것은 그 시절에는 가장 귀하고 값 있는 것이 담
배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8, 90세 노인들은 꼭 담배를 주어야 효과난다고 하는 것을 많
이 보았다.
술자(術者)에게 물욕(物慾)을 금하였고 환자에게 자진하여 주도록 한 옛날 사람들의 숭
고한 정신을 말하여 본다.
죽음에 관계 없는 병과 건강하게 사는 데는 침뜸의 힘이 크다.
과학이 진보함에 따라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과학에 의존하려고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거의가 병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반환자(半患者)와 같은 상태이다. "자기의
건강은 스스로 지킨다."는 원칙을 잊어버리고 무리를 하였기 때문이다.
이 우주 안에서 살아 가는 것은 자기 몸의 이상(異常)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
지고 있다. 이것은 전문적으로는 "자연 치유력 (自然治癒力)"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강하
기 위하여서는 노력이 선결 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만 하여도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상처가 날 때 조금만 관심 가지면 간단하게
나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처에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 항생제를 쓰고, 화농 방지 약
을 쓰는 등 지나친 점이 있다.
감기만 하여도 그렇다. 영양을 취하고 잠을 푹 자고 쉬면 낫는다. 그럴 정도로 인간의
신체는 외부의 요인에 훌륭하게 적응하게 되어 있다.
침구 의학에서는 자연 치유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신체가 스스로 균형을 잡으려고 하
는 움직임을 도와주는 것이다. 침은 간장의 기능이 조금 약하여 있으면 간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그리하면 병원균에 의한 기능 저하일 때도 간장은 때맞추어 자력으로
써 병원균을 극복하려고 한다. 침은신체 중에서 약해져 있는 부분을 도와 자연 치유력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다.
침구 의학은 이와 같이 먼저 인간의 신체를 믿으며 거기서 생각을 넓혀 간다. 병을 퇴
치하려고 하는 의학이기보다는 병에서 인간을 "지키기" 위한 의학인 것이다.
평균 수명의 변화를 보아 "과거의 의학이 우월하였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
올 수 있다. 침구가 주류일 때에 비하여 현대인의 수명이 문제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장
된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만 가지고 침구 의학과 서양 의학을 비교하
여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의학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고 서양의 사정 변화, 공중 위
생의 충실, 노동 조건의 완화, 치안의 안정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거기에 관여하기 때문이
다.
실로 우리들은 여러 가지 서양 의학의 덕을 보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출산시의 보호
로 사망률 저하, 전염병의 박멸,외과 수술에 의한 위급성 질환의 극복 등 그 훌륭한 업적
은 우리들의 생활에 깊이 들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많은 업적을 쌓은 서양 의학에도 약점은 있다. 부작용 문제도 그렇
지만 "죽음에 관한 병에는 대단히 큰 힘이 있는 반면 죽음에 관계하지 않는 병에는 힘
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음에 관계 없는 병이란 견응증이든가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가지의 증상들을 말한다. 이들 병은 안타깝게도 잘 고치지를 못한다. 예를 들면 "건
강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서는 역부족인 것이다.
동양 의학은 "죽음에 직결되는 병" 에는 약한 부분을 가지고 있어서 서양 의학에 한
걸음 양보하지만 "죽음에 관계 되지 않는 병"과 건강하게 사는 데에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침구 의학이 자연 치유력을 살리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침뜸이 약과 다른점
침과 뜸의 치료는 두 번, 세 번 말하여도 겉에서 자극하는 자극요법이다. 사람의 피부
에는 통각, 온냉각, 촉각이라고 하는 감각이 있다. 이 감각이 있는 피부에 자극을 주어서
생기는 생체 반응을 잘 이용하는 손재주의 치료 술법이므로 침구술이라고 하는 "술"(術)
자가 붙어 경구하는 약과는 전연 다른 것이다. 침을 써서 몸의 표면에 접촉, 첨자하고 이
것을 생체에 미치게 하여서 일정한 생체 반응을 병치료에 힘을 더하게 하여주는 방법이
다. 즉 침을 찌르므로서 피부나 근육 조직을 건드려 병을 고치려고 하는 생체의 자연치
유력을 활발하게 하여 체내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보건, 질병, 예방, 치료에 감각
을 널리 응용하는 시술법이다. 뜸시술은 쑥을 사용하여 타게 하고 체표(피부)에서 온열적
자극을 생체에 주어 일정한 생체 반응을 일으켜서 생체에 나타나는 변조(병)를 바르게
하고 또 질병 치료에 힘이 더 나게 하는 방법이다. 온냉각을 이용하여서 피부를 태우는
데 따라서 히스도도기성이라고 하는 화상독소를 발생케하여 그것의 과학적 작용에 의하
여 몸 안에 여러 가지 면역 물질을 만들고, 저항력을 길러서 병이 낫게 하고 또 예방하
려고 하는 시술법이다. 침과 뜸 등은 자극을 이용한 시술로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거나
하여서 내장 기타의 기능을 고르게 하고 건강 증진, 병의 치료, 예방 작용을 하는 것이
다.
한약에 있어서는 병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같지만 입을 통하여 배속으로 들어가서 치
료하는 방법은 아무리 억지로 말하려고 하여도 다르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한약을 쓰는 사람들이 약을 써서 생체의 기능을 조절하려고 한다면 침과 뜸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 치유 능력을 강하게 하여서 병을 낫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침구 치료는 3천 여년의 경험과 전통 속에서 배양된 훌륭한 치료법으로서 서양
의학의 발전 중에 있음에도 더한층 한 줄기의 병체증후군(잡병(雜病),기병(奇病),만성병)
을 적응으로 한 치료이나 혈관이나 근육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고 메스를 이용, 수
술하여 치료하는 것들과는 다름에도 자기들의 영역이라고 하는 말은 이상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픔〔痛覺〕을 알게 함은 보호 요청이다.
침을 위시하여 뜸이나 한약 등 동양 의학은 3천 년 이상 이전에 고대 중국에서 발생하
였다고 한다. 말로 3천 년이지 참으로 긴 세월이다. 서력(西曆)이 아직 2천 년이 채 못되
었으므로 실로 기원전 천 년 전의 일이며 장기간 사람들이 살아 가는 데 도와온 의학은
다른 종류에서 볼 수 없다.
서양 의학도 히포크라테스 이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현재 서양 의학은 겨우 250
년 밖에 안 되었고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120년도 채 못 되었다.
일본의 명치가 동양 의학을 억제하였지만 그늘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해방 전만
하여도 젊은 사람은 주사의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일이 많아서 우리 어른들은 주사를 맞
지 못하게 하였으나 모든 전염병 예방법이 월등하게 되자 동양 의학은 입을 다물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긴 세월 동안 천대받으면서도 이어져 온 것을 생각하면 역시 "사람들의
생명과 깊이 관계된 의학"이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아픔〔痛覺〕을 모른다면 죽는 일이 많을 것이다. 아픔〔痛覺〕은 생명을 유지
하기 위한 위험 신호 같은 것이므로 어딘가 몸의 균형이 깨어지면 "아픔〔痛覺〕"이라는
위험 신호가 발생한다. 안 좋은 부분이 되거나 혹은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에 나타나기
도 한다. 예를 들어 위의 기능이 저하되면 등쪽이 아프거나 바르다고 한다. 등쪽이 아프
다고 하여 그 부분만 치료하면 일시적으로는 통증이 없어질지 모르지만 근본 원인은 위
에 있으므로 나았다고 할 수 없다. 일시적인 통증만을 진통시키는 것은 오히려 몸에서
애써 발생하여 보낸 위험 신호를 놓쳐 버리는 잘못이 되기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체 각 개소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거듭하였던 것
이다. 몸 전체의 균형을 조정하여서 자연 상태로 되돌아 왔을 때 "아픔〔痛覺〕" 이라고
하는 위험 신호는 소멸되는 것이다.
"동통(疼痛)에는 침뜸이 잘 듣는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저 "진통만 시키는 것이 침뜸
"이라고 생각하는 때가 많이 있다. 침뜸은 통증에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하여도 그
것은 단지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니고 통증의 원인을 제거한 결과라고 하는 것을 잊어서
는 안 된다.
인체는 스스로 고치려는 힘이 있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병을 없애려고 하는 여러가지 활동을 한다. 내장의 활동이 약해져
서 잘못되면 아픔으로 주의 신호를 보내고, 병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몰아내려는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부패된 음식을 먹었을 때는 토하거나 설사를 하여서 빨리 몸밖
으로 내보내려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자기 스스로 치료하려는 힘의 나타남이다. 이와 같은 때에 토하거나 설
사하는 것을 고통스럽다고 하여 이 증상을 막아버리면 오히려 스스로 병 고치려고 하는
힘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 안 좋은 것을 빨리 내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몸이 스스로 병을 없애려는 힘을 중요시 해야 한다.
침구 의학은 증상에 따라서 땀을 빼고, 토하고, 설사로 나오게 하고, 단식을 시켜 넘쳐
남은 것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면 안 좋은 음식을 먹어서 배속에 들어 있을 때는
토하게 하거나 설사로 나오게 하고, 비만하면 단식을 시키고 또 수분 대사가 안 좋으면
대사를 촉진시킨다. 이와 같이 신체의 과부족을 될 수 있으면 빨리 조절하여서 몸 자체
의 작용의 촉진을 도와주는 것이다.
침뜸은 체질 개선으로 병의 뿌리를 끊는다.
이론상 침뜸은 모든 병에 유효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를 들어 암이나 중증(重症)의
복막염을 일으킨 맹장염 등은 외과 수술이 유효하므로 그쪽을 권한다. 하지만 암이라고
하더라도 말기 증상으로 수술도 할 수 없고 다른 방법이 없게 되었을 때 연명(延命)과
진통을 목적으로 침뜸을 하면 생각 외로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또 맹장염의 경우에도
개복(開腹) 수술 후의 후유증, 약의 부작용 등에 침뜸의 유용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침뜸 치료는 항상 눈 앞의 것에 사로 잡히지 않고 더 긴 안목으로서 병을 판단한다.
병을 앓기 시작하면 복합적으로여러 가지 장해가 나온다. 그 장해의 하나 하나를 개별적
으로 치료하여도 신체 전체는 좀처럼 건강하게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소아 천식의 발작에 부신 피질 호르몬제를 쓰면 감쪽같이 정지된다. 그러나
재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침뜸 치료는 부신 피질 호르몬과 같이 즉시 발작
이 정지되지는 않지만 증상은 조금씩 가벼워져서 몸이 편하여진다. 요컨대 장기간 침뜸
치료를 계속하면 점차 발작 회수가 줄어져서 결국 발작을 일으키지 못하게도 되는 것이
다. 오랫동안 침뜸을 하면 체질 개선이 되고 소아 천식도 없어져서 건강한 몸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아 천식뿐만 아니고 만성 질환은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낫지 않는
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든가 편두통, 만성 위염, 간염, 당뇨병 등이 그러하다.
이들의 질환은 식사 요법이라든가 운동 등으로도 개선되지만 침뜸 치료를 하면 무엇보다
도 빠르다. 이것은 침뜸 치료가 증상만을 없애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아니고 체질 개선
을 하는 근본 요법이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에서 만성이라고 하는 질병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치지 못하고 대부분 자연
히 체질이 변하여 낫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침구 치료는 처음부터 체질을 개선하는 의료
이므로 이러한 질환에도 유효하다. 다만 한 두번 치료한다고 낫는 것은 아니고 역시 만
성이란 이름이 붙게 되면 길게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차도 있지만 수 주에서 1, 2년 걸
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근본을 치료하였기 때문에 재발은 거의 없으며 기타 부수적인
증상도 따라서 없어진다.
침구사는 몸 전체를 중시한다.
침술원은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 외과 등으로 분과(分科)하여 있지는 않다. 그것은 침
구 치료가 병명에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신체 전체의 변조에서 치료 방법
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전신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이 침구치료의 근본이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호소에 대응하는 전과목 치료가 기본 치료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요통으로 온 환자일 때는 눈의 피로, 위장병, 견비통 등의 여러 증상의 말을
듣거나 만지거나 보거나 하여서 부조(不調)함을 찾아낸다. 허리 아픈 것만이 아니고 건강
상의 문제 모두 고치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침술원은 몸 전체를 중시하여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침술원에 온 환
자들의 말인 즉 소위 큰 병원에 가면 내과에 가고 안과에 가고 정형 외과에 가는데 그
복잡함이 귀찮다고 한다.
침구의학은 3천 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당당한 역사가 있다. 지금까지 얼마동안은 서
양 의학의 그림자에 가려져 케케묵은 것 같이 되어 버렸으나 인간성을 중시하는 WHO
(세계 보건 기구)에서 침뜸의 실제 효과를 인증함에 따라 의학계는 이제야 침구 의학을
배워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시대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침뜸이 서양 의학보다 우수한 점은
심전도, X-ray, 위내시경, 기타 각종의 기계를 써서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는 기술의 발달
등 최근 서양 의학의 진보는 실로 눈부시다.
치료면에서는 항생 물질의 이용, 수술 기술의 진보 등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의학
의 은혜를 받고 있는지 측량할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훌륭한 의학의 발전에도 불
구하고 더욱더 침뜸이나 민간 요법에 의지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결론은 간단하다. 병이 낫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서양 의학으로는 고치기 어려운 병중에서 의외로 침뜸이 적응하는 병이 많다.
웬지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한 결과 정상이라고 한다.
그 때 본인은 아무리 아픈 것을 말하여도 신경성이라고 하고 만다. 그러나 침구 의학에
서는 본인이 아프다고 하면 반드시 몸의 어딘가가 조화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
므로 "신경성"이라고 하는 말과 같이 쉽게 말하여 버리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와 같은
환자들이 우리들 쪽으로 많이 와서 다 좋아져 돌아간다. 침구의 치료법에서는 본치법
(本治法)과 표치법(標治法)이 있다. 예를 들면 아프다든지 냉하다든지 저리다든지 할 때
에 직접 그 부분을 자극하는 방법을 표치라고 한다. 이는 현대 의학의 대증 요법에 해당
한다.
또 본치법은 병의 근본이 되는 병인(病因)을 대상으로 하고 치료하는 법으로서 전체적
요법을 말하는 것이다.
급성 질환에서는 표치법만으로 나을 때도 더러 있으나 만성 질환으로 되었을 때는 먼
저 본치법을 하고 그 다음에 표치법을 쓴다. 오랫동안 아픈 병이 표치법 없이 본치법만
으로 낫는 때가 많다.
한 가지 알기 쉬운 예를 들면 비가 새는 집일 때, 새는 곳에 그릇을 대고 물을 받는다.
이것이 표치법이다. 일시적으로는 모면하였지만 비가 올 때마다 그릇을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재발과 같은 것이다. 이 때 비가 새는 원인은 지붕에 구멍난 곳이 있는 것이므
로 구멍난 지붕을 수리하면 두 번 다시 그릇으로 물을 받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것이 본치법인 것이다.
위가 아프다, 눈이 아프다 할 때 이 환부만의 치료로 안 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좋아
졌지만 곧 나빠지기 때문이다. 몸의 균형이 깨져서 위나 눈이 안 좋으므로 몸의 균형을
정상으로 하여 놓지 않는 한은 안 되는 것이다. 몸의 상태를 정상으로 하여 놓으면 안
좋았던 위나 눈은 저절로 낫고 만다.
자극 요법으로서 침과 뜸이 중요한 것은 본치법이다. 당뇨병 환자에 대하여 서양 의학
에서는 식사 제한을 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환자는 극단으로 당분의 제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결과 뇨중의 당은 감소되지만 체력이 없어지고 다른 병에 걸리기
쉽게 되어서 진짜 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침뜸 치료로서는 만성일 때는 지나친 식사 제한은 하지 않는다. 먼저 환자의
체력을 살린다. 체력이 생기면 자연 치유력을 더하게 된다. 그리고 몸 전체를 치료하여
균형이 맞게 하여 당이 나오지 않는 몸으로 하는 것이다.
서양 의학은 병의 진단, 외과 수술에 있어서는 경험 의학인 동양 의학보다 정확하다.
현실적으로도 진단, 수술, 투약은 물론 그 지시를 침구사가 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증
상을 보아서 치료하는 데는 본치법이건 표치법이건 침구사가 월등하게 우수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의료 분쟁이 심화되고 알 수 없는 병이 더하여지는 이 때에 의사의 진단과 합작하여 치
료하고 온 인류에게 인술을 베푸는 제도로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침술원은 병원보다 말을 들어 준다.
환자들이 "병원에서는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앙케이트 등
에도 "병원은 환자의 말을 안 들어 주지만 침술원은 말할 수 있고, 들어준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으므로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침술원에서는 확실하게 환자의 말을 잘 듣는다. 이것은 사진법(四診法)에 의하여서 치
료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자각 증상을 침구사에게 말하는 것이 선결 문제이다. 그 때
에 침구사는 자기 진단으로 마음대로 결정하는 병명이나 병원에서의 진단 결과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병원에서 위염이라고 진단되었는데 어깨가 아프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는 것을 말하면
웃을지 모른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 또한 자기 진단의 한 가지이다. 위가 아픈
것은 어깨가 아픈 것과 관계가 없다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여 버린 것이다. 아픈 곳을
그대로 말하면 좋은 것이다.
또 빨리 나을 것만 생각하고 낫지 않는다던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초조해 하는 사람도
있다. 치료란 빨리 나아지는 때도 있고 늦어지는 때도 있는 것이다.
침구사는 환자들의 말을 상세히 들어서 질문을 하고, 눈으로 관찰하고, 살을 만져서 정
상 아닌 이상을 찾아내어 치료의 방침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침구사가 위를 앓는 환자에게 "어깨는 안 아픈가?"라고 물어보는 것도 치료
를 잘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증상은 감추지 말고 모든 것을 말하고 차분하고 느긋한 마
음으로 치료를 받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뜸을 모르는 이야기
뜸이 여러 가지 난치병을 쾌속적으로치료하는 것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고
탁효를 믿고 있다. 요즘의 의학으로 검토하여도 훌륭한 치효 원리(治效原理)를 가진 빛나
는 의술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막상 뜸이라고 하면 쑥을 피부에 놓고 그것에
불을 붙여 태움으로써 미경험자는 "대단히 뜨겁겠지" 하는 공포를 가지고 있고, 또 젊은
사람들은 흉(뜸자리)이 남는 것을 싫어함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뜨겁기 때문이라는
편벽된 생각이 가장 많다.
뜨거움을 참는 사람은 뜸 독특의 쾌적 효과를 맛보게 되고 소위 애구자(愛灸者)가 되
지만 뜨거움에 약한 사람은 한 번의 뜸으로도 뜨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하지 않으려
고 한다. 이것이 보급상 제일 큰 장애이고 뜸이 가진 특수성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일본의 고또오(後藤道雄) 박사는 [헷드씨대와 고래의 침구술에 의하여서]라는 연구에
서 피부를 태워서 생기는 열통(熱痛)을 참지 않고 가제 2, 3매를 접어 놓고 온열이 투가
(透加)되도록 하여도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고또오 박사의 이 학설에서
무흔구가 일시 주름을 잡았다고 한다.
무흔구라고 하는 것은 꼭 고또오 박사의 창안이 아니고 고래의 {천금방} 중에도 그 방
법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만능이 아니고 어느 한정된 특정의 병증(病症)에 응
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흔구라고 하는 것은 된장, 소금, 마늘, 생강 등을 피부 위에
올려 놓고 그 위에서 쑥을 태워 온열을 투입하는 것으로서 격물구(隔物灸)라고도 한다.
고또오 박사는 이 수단을 헷드씨대 자극에 이용한 것이다. 다시 그와 같은 수단으로 애
(艾)나 가연물(可燃物)을 기구 속에서 태워서 기구를 온하게 하여 기구를 신체의 일정 부
위에 대고 온열을 투입한다는 방법까지도 고안되었다. 소위 온구기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흔구는 유흔구보다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원래 뜸의 효과라고 하는 것은
단지 경혈을 자극하는 것에서 뿐만 아니고 피부에 소화상(小火傷)을 입혀 그 결과의 가
열단백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일본의 오오사와(大澤) 박사는 이를 히스도도기신의 혈
청흡수이행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구효(灸效)의 일단으로 보아 넘기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이다.
고또오 박사는 이 단백체 요법을 낮추어 보았다. 단지 경혈자극면에서만 보고 구효의
본태라고 하였다. 구흔을 남겼다고 하여도 그것은 구경혈(灸經穴)을 자극한다는 것만은
아니고 지금 말한 바와 같은 것의 상승적인 효과가 생긴다는 것을 생각지 않으면 안 되
는 것이다.
또 하나 일본의 하라(原志免太郞) 박사는 뜸의 화상처의 단백체 요법적 효과만을 보고
경혈자극면을 낮추어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하라 박사는 족삼리라든가 하라 박사가 고안
한 요부팔점구로 만병을 고친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하면 뜸은 어디에다 하더라도 결
국은 피부에 소화상을 주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족삼리라든가 요안(腰眼, 자라눈)에
띠지 않는 곳, 노출이 되지 않는 곳에 뜸하면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어느 것이나 실제로
경혈을 구사하여 보면 틀림을 알 수 있게 된다.
간접구(무흔구)가 이론과는 달리 효과가 없고 기대한 결과가 없다고 한다면 환자는 뜨
거움을 참고 직접구를 하지 않으면 뜸 독특의 효과는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직접구를 수 천년동안 변함 없이 하여 내려온 것이기에 나도 이 방법
을 써서 세상에 알리면서 나 자신에게도 해왔다. 지금 환자들이 유효무해(有效無害)하다
고 대단히 좋아하는 소리가 높아져서 애호가가 날로 늘어만 가는 것으로 보아서 나 자신
을 힘나게 하여 주고 연구 발전을 거듭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뜸은 뜨거움을 참기도 하여야 하지만 덜 뜨겁게 하는 방법 몇 가지를 말한다.
난치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으면서도 뜸의 혜택을 입지 못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뜨거운 감을 적도록 하여 많은 난치병자가 구제될 수
있도록 말하여 본다.
뜨거움은 쑥의 뜸봉을 살갗에 놓고 불을 붙여서 쑥이 다 타고 불이 꺼질 무렵에 안다.
이 때에 손가락 세 개 즉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을 삼각으로 벌려서 뜸봉 주위를 살
그머니 눌러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원래 피부각이라고 하는 것은 피하의 진피중의 끝인 신경 말단에서 생기는
피부각기에 의해서 감각되는 것이므로 피부의 어느 부분이건 아프다든가 차다든가 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통(痛), 촉(觸), 랭(冷), 온(溫) 등의 각기 다른 감각점이 피
부면에 분포되어 있어서 각각 감각을 수용하는 것은 생리학에서 말하는대로이다. 그러므
로 뜸을 할 때에 쑥이 다 타고 꺼질 무렵에 그 주위를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여러 가지
감각이 혼동되어 뜨거움을 완해하여 줌으로 이 방법을 써서 뜨거운 고통을 적게하여 주
는 것이다.
우리 인체에는 자동조절기와 같은 것이 있어서 어떠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자동으로
조절하여 적응하여 주기 때문에 살 수 있을 것이고 만일에 이것이 없다고 한다면 큰 일
이 나고 말 것이다. 예를 들면 시차가 있는 곳을 가고 왔을 때에 몇날은 고생을 하다가
차츰 정상으로 적응하여 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여름과 겨울의 밤과 낮의 시간도 차이가 나지만 적응하여 준다.
이 시간의 변화가 오는 시작이 봄과 가을의 환절기인데 이 때는 반드시 노곤함을 느낀다
든가 병이 있는 사람은 통감(痛感)을 아는 것이다. 이 괴로움도 적응될 때까지이고 만일
자동 조절이 안 되고 적응하여 주지 못하면 길게 앓게 될 것이다.
뜸을 할 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음 며칠간은 뜨겁던 것이 나중에는 쾌감으로 변한
다. 이 또한 적응하여 주고 자동조절하여 주기 때문이다.
뜸은 이 자동 조절하는 기능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여 준다. 이 말은 아무리 뜸이 그러
하다고 말하여도 소용이 없고 뜸을 하여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뜸을 항상 뜬 사람은
언제나 정상으로 유지하는 힘이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빨리 적응한다.
뜸집(구당, 침술원)을 찾는 환자는 봄이 시작할 때면 많아져 달력을 보지 않고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6월이면 가장 많아졌다가 7월이면 줄어진다. 식물도 봄이 되어
싹이 틀 때는 "아야 아야"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 소리가 들리지 않기는 하지만 사실일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사람도 봄철이 되면 모든 병이 머리를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앓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한다. 이 때에 많이 생기는 병은 주로 류마치스, 요통, 관절의
상하지의 신경통과 천식, 위장병 등이다. 병이 있는 사람은 기후 변화가 있을 때에는 평
상시와 같이 유지하려고 자동으로 조절하여 주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고 만일에 이와
같이 안 된다면 큰일 날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해 속에서 살고 있는데 별로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적
응력 때문일 것이다.
중풍의 예방과 뜸
현대 의학에서는 뇌졸중 . 중풍의 기초적 질환은 고혈압증이나 동맥경화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동맥경화라고 하는 것은 동맥의 벽이 아도름 변성이라고 하는 변화를 일으켜서
동맥이 굳어지는 상태, 말하자면 동맥의 노화 현상이다. 즉 우리들이 일생애 중에 받은
다수의 화학적, 기계적 자극 또는 장애가 축적된 결과에 의해 생긴 것이다. 그 동맥경화
는 주로 대동맥(大動脈), 폐동맥(肺動脈), 장골동맥(腸骨動脈), 고동맥(股動脈), 상박동맥
(上膊動脈), 척골동맥(尺骨動脈), 요골동맥(橈骨動脈), 관동맥(冠動脈), 뇌동맥(腦動脈)에
온다.
동맥은 내, 중, 외의 삼층으로 되어 있지만 아데롬 변성이 일어나면 이유없이 전체로
비후된다. 그리고 내층의 변화는 강하고 동맥벽은 탄력을 잃고 경(硬)하여지고, 내막은
습탁 . 비후하며 울퉁불퉁하게 고르지 않으며, 때로는 궤양을 내고 다시 더 심하면 비후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강이 좁아지거나 없어지거나 한다. 이것을 폐쇄성 동맥내막염이라고
하고 동맥의 내강이 폐쇄되어 혈액이 통하지 못하게 된 상태의 모양을 하는 것이다. 이
와 같은 것은 모두가 동맥의 노화현상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아지면 누구나 다소 변화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벼우면 별다른 증상은 없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변화 속도의 차
이가 있어서 상당히 나이가 고령이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비교적 젊지만 심한 변화
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러면 동맥경화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다면 먼저 유전이나 체질이 생각된다.
그리고 음식물, 중독, 고혈압증 등과 큰 관계가 있다. 최근에는 특히 콜레스테롤 혈증(血
症)이라고 하여서 지방과 관계 깊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물질이 혈중에서 증가하여
그것이 혈관벽에 침착(沈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맥경화는 지금 말한 바와 같이
동맥의 아무곳이나 생기지만 뇌동맥에 생기면 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관상동맥에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된다. 또 신장에서 심하게 생기면 신경화증의 증상을 나타내고,
하지동맥에 생겨서 혈행이 저해되면 걸어갈 때 하지가 아픈 병이 된다.
세동맥이라는 모세관 앞의 가는 동맥에 널리 경화가 생기면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그것
이 또 기타의 동맥경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증과 동맥경화증을 같은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양자는 의학 이
론상에서는 동일하지 않다. 그런데 동맥경화라고 하는 것이나 고혈압이라고 하는 것은
서양 의학에서 하는 말이고 전통 의학에서는 이러한 말은 없다. 서양 의학에서도 얼마전
까지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혈압의 변화는 1847년 독일의 생리학자가 관심을 갖고 혈압묘사기를 만들면서 비로소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에 의해서 동맥 혈압의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이어서 1895년 리빠
롯지가 수은압력계와 다이고씨식 아내로이드 혈압계를 만들어 쓰고 있다.
여하튼 혈압곡선묘사기나 혈압계가 고안되기 이전에 수치 측정은 전연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고대의 동양 의학에서는 혈압계와 같이 확실한 수치는 말할 수 없었지만 혈압의 고저
는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중풍을 사전에 예방, 치료하여 왔다.
전통 의학에서는 혈압을 병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으며 하나의 증상이라고 한다.
어느 한 장기가 병이 났을 때에 혈압은 오른다. 그 하나의 예를 들면 신장에 병이 생
겼을 때에 혈압이 높아진다. 이 때에 혈압은 그대로 두고 신장을 치료하여 신장이 정상
이 되면 혈압도 정상이 되는 것으로 혈압을 병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것이 틀린다면 혈
압만 내려놓으면 신장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심장이 병들어도 혈압에 이상이 생기고 폐, 간이나 비장의 이상으로도 혈압이 변화하
여지는 것으로 보아서도 혈압은 하나의 증상이라고 전통 의학에서 말한 바가 틀리지 않
는 것이다.
서양 의학에서는 이 중풍을 동맥경화로 뇌출혈 또는 막힌 것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
다 겉에서는 반신을 못쓰게 되는 것이다.
고서에 "風者는 王者也"라고 하였듯이 병중에서 나쁘기로 어른인데 빨리 낫지도 않고
빨리 죽지도 않으며 빠르면 1년, 길면 6년에서 10년까지도 가면서 남을 괴롭히는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길다 보면 전 가족이 싫어하게 되는 것이 중풍이어서 안 좋기로 왕
이라고 한 것이다.
중풍이란 한 번 왔다하면 아무리 잘 치료한다고 하여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그래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아서 많은 동맥경화나 고혈압 환자들에게 뜸자리를 정
하여 주면서 뜸하도록 하였다. 뜸을 한 사람은 졸중은 없었고 중풍으로 고생한 사람도
없었다.
뜸을 한 사람들은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면 모든 피가 좋아져서 정상이라 한다. 혈관도
피가 만들어낸것이라 유연한 혈관은 혈압이 높아 압력을 준다고 하여도 터지지 않을 것
이며 막히지도 않아 예방이 된다고 생각되어서 고혈압 환자들에게는 뜸을 떠서 중풍 예
방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입이 아프도록 말을 많이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
침은 실로 상상을 넘는 치료 범위에서 여러 가지 병에 듣는다. 그 효과의 정도는 통증
을 멈추게 하는 진통 작용으로부터 체질을 바꾸는 전조작용(轉調作用)까지 복잡하다.
통증이 곧 멈춘다고 하여서 다른 병도 다 나았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개중
에는 치료한 것이 좋은 결과가 되는 병도 있다. 한 예를 들면 백내장 환자의 경우다. 이
환자는 여러 병원에서 "두 달 후면 실명"이라고 진단하며 시력이 없어지면 수술을 한
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침뜸 치료를 하였다. 물에 빠진 사람이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으
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3개월간 침뜸 치료를 계속하였다. 그리
하여서 "실명한다."고 한 3개월 후에 그 병원에서 진찰을 한 바 자각 증상이 없어짐과
동시에 타각적으로도 전연 수술할 필요 없이 회복되었다고 하였다. 현대 서양 의학으로
는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그 의사는 놀랠 뿐이라고 하였다.
백내장이 다만 수정체 중의 병변에 의한 증상의 약화라고 생각한다면 회복되었다는 사
실을 현대 의학에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물체가 보인다고 하는 것은 수정체, 초자체,
망막, 시신경 그리고 대뇌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관의 활동에 의하여서 가능한 것이다. 즉
수정체의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다른 기관의 상태, 움직임이 좋아지면 당연히
물체는 확실하게 보여질 것이고 전체의 좋은 몸의 변화에 의하여서도 물체의 보이는 것
은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총합적으로 생각한다면 회복된 사실은 결코 현대 의학적
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백내장은 한 예에 불과하고 침뜸 치료로 낫는 병은 그 외에도
수 없이 많다.
나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병이 나았다는 말
지금까지의 설명으로서 침은 단지 병의 치료 뿐만 아니라 몸의 상태를 좋게 하는 치료
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병치료로 통원하고 있는 환자 중에는 "생
각지 않았던 효과에 깜짝 놀랐다. "는 사람이 많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예를 소개하여 보겠다. 신경통을 고치려고 오는 환자는 그 신경통
에 대해서만 열심히 말하면서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다른 안 좋은 곳이 있다
고 하여도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에는 생식기 병이라든가 치질, 여자의 경우
에는 자궁염, 월경통 등을 부끄러움에서 숨긴다. 또 신경통을 치료하러 왔는데 다른 병이야
기를 하는 것이 실례가 된다는 생각에서 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침술원에 와서 "배가
아파요"와 "이가 아파요"라고 같이 말하여도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치과에 가서
" 배가 아파요. "라고 한다면 받아 주지 않을 것이다. 신경통 치료를 시작하여 수 주간
치료하다 보면 치질과 다른 병이 좋아진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확실하게 침구 치료
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
미용 때문에 오는 사람의 이야기
침과 뜸이 미용에 효과있다고 하면 믿으려 하지 않지만 침뜸을 하여 본 사람만은 안
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처음부터 미용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치료하다 보니 좋아졌는
데 자기 자신도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예뻐졌다는 말을 하여 듣기 싫지 않았
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생리 불순과 갱년기 장해로 오는 여성 특유의 병은 정신을 우울하게 하거나 거친 살결
을 만들어 놓기 쉽다. 침구 치료를 계속함에 따라 생리 불순 등의 증상이 없어지면 자연
히 피해도 해소되므로 피부는 탄력이 생기고 침울하였던 기분도 쾌활하여진다.
약을 쓰는 미용법은 "건강과 반대의 미용을 선택하는 것"이 된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침뜸에 의한 미용은 건강해지면서 예뻐진다. 침뜸은 무리하여 살을 빼지 않아도
비만을 해소하는 작용도 하므로 굶으면서까지 몸에 좋지 않은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실상 나의 침술원에는 미용과 건강을 위하여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 죽일놈 "의 이야기
침과 뜸은 술자 자신이 먼저 위험을 지니고 죽어가는 생명의 치료에 임하기도 하는 것
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권한을 주지만 술자에게는 아무것도 주
지 않고 항상 정신과 손을 편하게 하여 주지 않는다. 술자에게 주는 것이라면 병낫는 재
미인데 그 재미는 벼슬과 돈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비할 수 없으며 미치지 못할 것이
다. 술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하는 침통 하나 쑥 한줌만 가지면 못 갈 곳 없
이 세계 아무 곳이라도 갈 수 있는 것이다.
갇혀 살면서 웃음보다는 긴장을 주는 환자와 나날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다른 세상을
보고 싶은 생각이 날 때도 있다. 하루는 강원도를 향하였는데 날이 저물 무렵에 잘곳을
찾으러 어느 가게 앞에서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며 안동네 아무개 댁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가게
주인에게 사연을 물어 보았더니 의원님이시냐고 반가워하며 사람 좀 살려 달라는 것이었
다. 그러나 보지 않고는 말할 수가 없어서 보여줄 수 있느냐고 말한즉 하던 일을 팽개치
고 5분 정도 거리의 안동네로 같이 갔는데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것같아 보였다. 같
이 간 사람이 들어가서 무어라고 하였는지 주인이 쫓아나오면서 반가히 맞아 주었다. 그
리고 사랑으로 들어가서 자기 부인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
만 이제는 죽을 것만 같아 마음 둘 곳이 없다 하며 살려만 주면 땅을 몇 천 평이라도 주
겠노라고 하였다. 나는 환자들이 보통으로 하는 말로 듣고 환자를 보러 안방으로 들어
갔다. 환자는 오랫동안 앓았기 때문에 피골이 상접하여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치료가
가능하여 보여서 며칠 치료 하였더니 차차 좋아져 죽지는 않겠다는 정도로 되었다. 화제
거리가 되어 너도 나도 환자들이 몰려 오기 시작하였으나 주인집 환자는 기동을 하고 죽
음을 면하게 되어 내일이면 떠나게 되었다. 술자가 자는 방은 사랑방 위 아래 상하로 되
어 주인은 윗방에서 자고 술자는 아랫방에서 자는데 새벽에 잠이 깨어서 무슨 소리가 들
려 왔다. "죽일 놈, 죽일 놈" 하고 또 조금 있다가도 그 소리가 계속되었다.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병을 고쳐주면 땅을 주겠다고 한 것 때문에 나를 죽일려고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정신 없이 그 집을 살금살금 나와서 도망나왔다. 침과 뜸은 죽
을 뻔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술자 자신은 항상 편치 않음을 다시 맛보면서 살아 나
온 것이 토끼가 용궁에 갔다 온 것 같은 생각만 들었다.
그 후 그 환자가 항상 궁금하여 그 동네 그 가게를 지나가다 들리는 척 하면서 물었더니
너무도 반갑게 대하면서 병을 고쳐주셔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에게 끊
임 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때 간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가셨느냐고 그 집
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래서 그 주인에게 말 없이 가버린 사유를 이야기 하였더니 하는
말이 자신이 마음이 변하여져서 자신을 나무래는 말로 "내가 죽일 놈이지 죽일 놈이여"
라고 되뇌인 것을 오해를 하셨다고 말한 것을 이야기해 본다.
침이란 참으로 아픈 것인가?
살에 침을 찌른다(침은 놓는다고 한다.)는 말을 듣기만 하여도 섬짓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주사침과 바느질 침, 벌침과 같이 침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전부가 아
프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아픔에 민감한 피부를 찌르기 때문에 아픈 것은 당연하다. 그
러므로 침은 아프지 않다고 아무리 말하여도 좀처럼 믿지 않는다. 이것은 침을 맞고 아
프다고 하는 것이기보다는 아프다는 말을 들은 공포의 기억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
이다. 침을 찌르는 것 같이 침 대롱만 살에 갖다 대어도 아프다고 한다. 침은 아픈 것이
라고 연상하는 것이다. 선입견 때문에 침을 맞기도 전에 싫어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이
러한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한다. 침관을 보이고 나의 손에 꼭꼭 눌러 보이며 침 놓는
자리를 표하는 것이라고 하며 침을 놓으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다. 유침(溜鍼)하
여 놓고 움직이면 표한 자리가 없어지니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있다가 침을 다 놓은 다
음 침을 맞자고 하면 무서워서 안 맞는다고 한다. 이때 다 맞았다고 하면 진짜냐고 할
정도로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침은 옷을 짓는 바늘이나 주사 바늘과 끝이 달라 조직
이 파괴되지 않을 뿐더러 신경의 조직 보다 빨리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
려 침을 맞고 나서 상쾌감이 생기기도 하여서 침이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혹시 조금 아프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아프지 않다고 말하여
준다. 그토록 무서워하던 사람이 이렇게 안 아픈 줄 알았다면 일찍이 치료할 것이라고
후회한다.
침과 뜸에는 습관성이 있는가?
"침과 뜸은 병치료의 효과가 많기는 한데 습관이 되지 않습니까?"라는 순진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침뜸의 효과를 아시는 분들은 무엇보다 일침(一鍼)이라는 말과 같이 빠
른 효과를 알기 때문에 침을 맞으러 오는데서 하는 말일 것이다. 만일 습관이 된다면 이
것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게 되어야 하지만 절대로 그러한 일은 없다.
한 번도 침뜸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순박한 의문과 염려에서 생각되는 것이라고 아
니할 수 없다.
우리 침술원에 통원하시는 분 중의 20% 이상이 건강하면서도 침뜸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의심을 하시는 분은 "병도 없으면서 다니는 것은 습관이 되어서이다."라
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할 때는 병들었을 때만이다. 병도 없는데 약을 달라 하고 주사를 놓
아 달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침술원은 조금 다르다. 침구 의학은 병이 나을 때만이 아
니고 병들기 전의 예방과 건강 유지에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데 참으로 우수한 점
이 있다. 침구 치료는 몸의 균형을 조정하여 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피로해지려고 할 때
라든가 환절기에 생기는 것들에 예방이 된다. 이와 같이 침뜸의 특성을 실제로 몸으로
감지하여 본 환자들은 건강할 때에도 정기적으로 통원하게 되는 것이다. 침뜸을 알지 못
하는 사람이 볼 때는 습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습관이라는 말에는 중독성, 탐닉성 등
의 부정적 의미가 있는데 침에는 이점이 전혀 없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려는
것이지 습관이 되어서는 아니다. 병이 났을 때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도
병이 나기 전에 몸의 조정에는 무신경하고 등한하여진다. 현대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
스가 쌓이는 시대이므로 현대인 거의가 반환자(半患者)라고 할 것이다. 병이 생겨서 큰
돈을 들여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 나기 전에 병이 오지 못하게 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 현
명할 것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근대에 침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뜻을 모으고 있
는 이유는 습관성 없고 부작용도 없으며 저렴한 수가로 치병(治病)과 예방(豫防)의 효과
가 절대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건강 관리를 위하여,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침술원을 찾는
것은 습관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여 둔다.
침에 대한 공포
침을 한 번도 맞아 보지 않은 사람은 청결과 안전에 대하여 크게 불안해한다. 최근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에이즈, B형 간염 같은 전염병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용하는
침에 대하여 청결 문제를 말한다. 술자(術者)인 이 사람도 동감이다. 그래서 일회용을 사
용하고, 오래 여러 번 치료할 환자는 개인의 침통을 따로 만들어 놓고 사용한다.
WHO에서 발표한 소독법에 의하면 에이즈는 70% 알코올이나 70°의 열에서 살균이
된다고 하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B형 간염의 소독의 경우에는 100°로 끓인 물에서도 살
균되지 않고 물은 100°이상 끓일 수도 없으므로 270°의 고압 소독기를 사용한다.
왕진시에 일회용을 쓸 때에는 불안하기도 하나 침이란 주사 바늘과 달리 구멍이 없는
것이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멸균이 되리라 생각된다.
B형 간염이나 에이즈와 같은 전염병을 알기 전에는 침의 소독에 대해서 별로 걱정하
지 않았다. 과거에 시술하였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침에서 전염된 병은 없었던 것이다.
어떠한 과학자는 침의 자극은 소염과 염증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데 피부의 일부가
상하게 되면 이종 단백체라는 것이 생겨 항원 항체 반응에 대해서 항체가 만들어져 저항
력이 많아짐과 동시에 백혈구가 그 부분에 결집하므로 가벼운 세균 감염이 되더라도 즉
시 멸균된다고 한다.
우리 인체와 침 자체에서 살균시키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과제가 과학적으로 해결되
고 세계적 차원에서 소독 문제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왔으면 한다.
또 한가지 안전에 두려움이 있다면 침이 부러질까하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현대의 침
의 재질에는 옷을 짓는 바늘과 달리 튼튼하고 탄력성이 있는 여러 가지 합금된 유연하고
질 좋은 스텐레스가 사용되므로 부러질 염려는 없다. 또 치료하는 기술도 진보되었으므
로 절침(絶鍼)의 염려는 없다.
"침구 치료 후 물을 만지면 안된다"
환자로부터 치료 후에 금기 사항으로 물을 만지면 안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것은 이
유는 확실치 않지만 예로부터 침 맞고나서는 물을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전하여
내려오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알아내기로 하고 물을 만져도 아무런 탈
이 없으니 안심하고 물을 만지라고 말하여 주었다. 그것은 병 때문에 찬물을 만지면 안
되기도 하나 침구멍으로 물이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만져도 탈이 없으며 물이 들어갈
정도라면 계속하여 피나 무엇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침구멍이 회복되는 시간은 현대
과학적으로 볼 때 5분이면 된다고 하니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면 완전 회복되리라고 생각
되어 물을 만져도 탈이 없으리라고 여겼던 바 수십년 동안 물만지는 것은 괜찮다고 말을
하고 탈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옛말이 있었던 이유는 옛날 우리 나라의 며느리들은
병이 나도 눕지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너무도 혹사를 당하고 살아 술자들이 그 며느리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쉬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사정을 알아 주지 않는 시어머
니에게 물을 만지면 큰일 난다고 한 술자들의 지혜로운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자는
물을 만지지 못하게 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되므로 치료 기간동안 쉬도록 하기 위한 것
이었다. 물을 만져 탈이 난 것은 아닌데 술자의 말을 믿고 물을 만지지 않은 것이 전하
여 내려와서 지금도 그런 말을 믿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지금 쓰고 있는 침과는
다른 대침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였던 것도 과학적이며 지혜로우나 지금은
호침을 사용하므로 물을 만져도 탈이 없다.
"침 치료 후 식보(食補)를 하여야 한다"
침구 치료를 한 다음에는 힘이 빠짐으로 반드시 식보를 하여야 한다는 데 무엇을 먹어
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리하여 치료 후에는 참으로 힘이 빠질까라는 생각에서 눈에 보이
지 않는 힘을 알 수가 없어 필자 자신 평상시와 어떠한 이상이 있을 때도 체험을 하여
보았다. 뜸은 평생을 두고 매일 빠짐 없이 하고 있으며 침은 어떠한 이상이 있을 때도
하고 없을 때도 하였는데 치료량에 있어서도 별로 힘이 빠진다고 할 수는 없고 치료를
한 그 즉시는 그 이상 편안할 수 없으며 좀 누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을
말하여 힘이 빠진다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그대로 활동하면 아무런 이상을 모르
게 되고 만다.
필자의 몸으로서는 힘이 빠지는 것을 알 수가 없어서 환자들을 주시하여 참으로 힘이
빠지는가 하고 시술하여 보았으나 오히려 병이 나으면 힘이 빠지는 것보다 힘이 나고 생
기 왕성하여지는 것을 보았다. 어떠한 8순 할머니는 증손을 봐주다가 힘이 빠지면 침뜸
을 하여야 힘이 난다고 하며 가끔 시술을 받고 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힘이 생기는
것은 병으로 힘이 없어지는 것을 없앴기 때문일 것이다. 침과 뜸에는 명현(瞑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과 병에 따라서 빨리 하루 만에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
일 또는 5∼7일 만에 나타날 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침뜸의 반응으로 변환기에 나타
나는 하나의 효과 증상이고 힘이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명현을
힘이 빠진 것으로 잘못 알고 미리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힘을 보충하
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잘못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고 옛날 시어머니들
이 며느리 배고픈 사정을 모르고 병들어 앓는 며느리를 혹사시키고 배골리는 것을 보통
으로 아는 이가 있어서 의원들은 병든 며느리를 위하여 잘 먹이고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였을지는 모르지만 자고로 어떠한 문헌에도 침구 치료 후에 잘먹어야 한다는 말이 없
으며 더욱 과다 영양으로 안 먹고 굶는데 안간힘을 다하는 지금에는 알맞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 좀 놔주시요 저기 좀 떠주시요"
평생을 침과 뜸으로 정상 아닌 이상과싸우며 살창없고 감시하는 간수도 없는 감옥에
갇혀 살아 온 나는 나의 권리는 무엇이며 어느 때 있는가 생각하여 본다. 단 한 가지 외
에는 없다. 그 한 가지는 병과 싸워 이겨내 그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권리 밖
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고통을 없게 하여 달라는 말에 나는 아무 권리가 없는 것이
다. 그래서 아무리 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병에 대한 말을 할 때는 다 들어 주는 수
밖에 없다. 치료를 하는 데는 나에게 권리가 있지만 때로는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 권리
가 많을 때 의료인이란 아무 권리도 없는 사람이 될 때도 있다. 이것은 환자가 여기 침
좀 놔주시요, 여기 뜸 좀 떠주시요 또는 큰 침으로 놔주시요, 뜸을 몇 장 더 떠주시요,
더 크게 떠 주시요 할 때에 환자가 의료인의 권리까지 다 하고 있으니 나는 무엇을 하나
하다가 아니다 이 환자는 나의 선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환자는 경험이 있는 환
자임에 틀림 없다 하여 요구대로 다 하여 준다. 그리고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이제 치료
한 것 같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좋아진 것인지 정신까지 측정할 수는 없지
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치료 효과를 알지 못하였고 환자가 더 알고
왔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었다. 침뜸이란 이런 것인가, 아마도 어느 환자나 다 같이 아픔
을 싫어 하기 때문에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다 이렇게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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