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친한 사이

친한사이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친한 사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없는 듯 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다.

아니 그 말에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찔레 향이나 코끝을 자극하는 치자꽃 향보다는
오래 가까이 있어야 비로소 향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이나 난향 같은 것인지 모른다.


"친한 사이"라는 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은 그윽한
향기, 온화한 감동이 있어 좋은 것이다.
내가 한 친구를 가리켜 "친한 사이"라고 말하면 이미
내 얼굴에는 만면에 웃음, 그것도 자애로운 웃음이
가득 퍼질 것이다.
그 웃음은 그냥 잠시 피었다가 꼭지가 떨어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
온몸에 베어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는 생명이 긴
그런 웃음인 것이다.

"친한 사이"라는 말에는 피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막히는
법이 없고 오해도 미움도 없어서 건강하고 그 표정이
밝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친한 사이"라는 소개를 들으면 그
말에는 적어도 나에 대한 믿음이 섞여 있는 말이다.
믿음이 없는 친한 사이는 있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
믿음은 무작정 어떤 말이든 신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
그릇된 점이 보일 때 가차없이 지적해 줄 수 있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을 귀하게 받아들인다.
적당하게 칭찬만 해주는 친구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우정은 사랑이 있는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친구일 때 진실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친한 사이"는 적어도 자주 만나야 된다.
어떤 시인이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시간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할 때 시간은 주지 않고 멀리서 좋은 선물만 준다고
하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것은 없으리라.
결국 그 사랑은 허기져 죽게 될 것이 뻔하다.
사랑은 한마디로 그리움, 같이 있고 싶은 그것이다.
친한 사이는 바로 같이 있고 싶음을 최대한 누리는 그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둘지 말라...
조금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친한 사이"
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마음 안에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밤낮 같이 있는 시간의
연속을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믿음이며 사랑이다...
물론 그것이 너무 오랜 시간의 연장일 경우 문제가 없지
않겠으나 깊은 신뢰와 서로의 언약이 빛을 잃지 않는다면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친한 사이는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후배 하나는 다른 도시에 사는 약혼자가 밤마다 잘 자라는
안부 전화를 해오는데 같이 사는 부모님보다 꼭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마음 안에 차지하고 있는 대상 때문이리라.
그러나 비단 찬한 사이는 사람하고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를 기르는 사람, 꽃을 기르는 사람, 새를 기르는 사람들은
자기가 기르는 대상과 또 친한 사이가 된다.
그것이 새라도 꽃이라도 개라도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정을
느낀다.
헤어질 땐 슬퍼하고 만나면 기뻐한다.
그리고 귀하게 생각 한다.

"친한 사이"는 그 대상의 안녕을 바란다. 상대방의 행복,
상대방의 행운을 빈다.
그리고 친한 사이는 용기가 된다.
그가 있으므로 오늘 이 시간의 고통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친한 사이는 넘어지는 친구를 일으키고 쓰러지는 것을 막는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비를 대신 맞는 비옷도 되어 준다.
발을 보호하는 장화도 되어 주고 언 손을 녹이는 따스한
털장갑도 되어 준다.
"친한 사이"는 안정된 길을 가리키는 안내판의 화살표가 되어
주며 길을 밝히는 가로등도 되어 준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의 보호자가 되려고 한다.
그저 되어 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어떤 스승은 인생길에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은 든든한
저금 통장보다 먼저 친한 사이의 벗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 사이",,, 그것은 듣기만 해도 따뜻한 미소가 퍼지는
아름다운 말이다...

출처 : 친한 사이

글쓴이 : 앵두 원글보기

메모 : 친한 사이 좋은 말이고 따뜻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