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09 23:50
조계종 '청년출가학교' - 휴대전화 맡기고 머리 자르고 새벽 4시부터 예불·발우공양…
도법·혜민 등 '스타 스님' 총출동… "네 인생의 운전대 잡고 나아가라"
108배 하며 내려놓은 응어리… "내 속이 이렇게 시끄러웠네요"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나"
"늘 예민하고 불안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존재하는 것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인 것을 듣고, 알고, 깨달았습니다." 9일 서로에게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최규영(22)씨는 이렇게 말했다.
- 8일 전남 해남 미황사 만하당(滿霞堂)에서 출가학교 참가 젊은이들이 교장 법인 스님(왼쪽 스님), 지도법사 원영 스님과 활짝 웃고 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도법 스님은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집중해서 살다 보면 과거로부터도, 미래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현재를 올바로 살아갈 것을 주문했다. "네 상처만 가장 크고 너만 가장 아픈 걸로 생각지 말라"는 고미숙씨, "네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라"고 말하는 혜민 스님 등도 청년들에게 고마운 '약'이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둔 박민지(25)씨는 "미래에 대한 내 고민의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 앓고 있을 뿐인 걸 깨달았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수빈(26)씨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면서 내 속이 이렇게 시끄러웠구나 하는 걸 생생하게 느꼈다. 내 안의 번잡함과 번뇌를 바로 보게 됐다"고 했다.
지도법사를 겸한 법인 스님,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원영 스님은 매일 4명씩 30분간 개인 상담도 진행했다. 원영 스님은 "아픔, 원망, 자책, 미련 같은 것이 겹겹이 이어져 쌓이다 보니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낱낱이 자신을 깨어 놓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껴안고 울기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달이 차오르듯 청년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얼굴이 확 달라지는 게 놀라웠죠. 아침에 차담(茶談)할 때면 '오늘도 너희들 가면이 한 꺼풀 벗겨졌구나' 할 정도였어요."
금강 스님은 "적극적 삶의 대안으로서 출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찰생활을 미리 체험할 기회가 됐을 테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잘못된 가치와 방향으로부터 돌이켜 불교적 삶,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 출가'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