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국의미)·불교이야기

미황사에서 실시한 : 청년 출가학교 이야기" (7/1-9, 2012년)

정진공 2012. 7. 13. 10:11

"달이 차오르듯 환해지는 얼굴들"

도법 스님은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집중해서 살다 보면 과거로부터도, 미래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현재를 올바로 살아갈 것을 주문했다. "네 상처만 가장 크고 너만 가장 아픈 걸로 생각지 말라"는 고미숙씨, "네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라"고 말하는 혜민 스님 등도 청년들에게 고마운 '약'이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둔 박민지(25)씨는 "미래에 대한 내 고민의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 앓고 있을 뿐인 걸 깨달았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수빈(26)씨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면서 내 속이 이렇게 시끄러웠구나 하는 걸 생생하게 느꼈다. 내 안의 번잡함과 번뇌를 바로 보게 됐다"고 했다.

지도법사를 겸한 법인 스님,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원영 스님은 매일 4명씩 30분간 개인 상담도 진행했다. 원영 스님은 "아픔, 원망, 자책, 미련 같은 것이 겹겹이 이어져 쌓이다 보니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낱낱이 자신을 깨어 놓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껴안고 울기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달이 차오르듯 청년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얼굴이 확 달라지는 게 놀라웠죠. 아침에 차담(茶談)할 때면 '오늘도 너희들 가면이 한 꺼풀 벗겨졌구나' 할 정도였어요."

금강 스님은 "적극적 삶의 대안으로서 출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찰생활을 미리 체험할 기회가 됐을 테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잘못된 가치와 방향으로부터 돌이켜 불교적 삶,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 출가'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세 가지 정도 생각거리를 주었습니다.

첫째, 불교가 우리 사회 청년들과 만난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272명의 지원서에도 그러했고, 41명과 이야기 속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청년들에게 불교는 대부분 도가적 상상력 속에 있는 불교입니다. 스님들과의 대화는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불교와 스님의 이미지를 전부 흔들어놓았다고 하네요...존재가치를 찾는 것, 연기법, 출가정신 등은 그들에게 불교를 전혀 새롭게 이해하게 합니다..

둘째,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고, 그 속에 20대 청년들이 부딪치는 문제가 무엇인지, 불교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케 합니다. 참가자들과 개별상담을 했던 지도법사스님들의 말씀처럼 모든 것이 숫자와 경쟁 속에 놓여진 그들에게 불교가 해줄 일에 대해 무거운 책무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밝은 청년들의 내면은 상처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셋째, 출가를 좀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삭발염의하고 승복을 입는 것만이 출가가 아닌, 우리 사회의 가치에 도전하고, 이에 대한 전면적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그것 또한 출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마치 부처님이 출가하고, 수행하는 과정이 당시 시대적 가치에 전면적인 문제의식을 가졌듯이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 '청년출가학교'를 우리 사회 청년들에게 불교적 삶의 대안으로 답을 주고, 함께 대화하는 마당으로 확장시키고, 그 가운데에 '승가'에 귀의하는 '출가'자가 나온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출가문화(정신)를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일이죠...그래서 금강스님은 "적극적 삶의 대안으로서 출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찰생활을 미리 체험할 기회가 됐을 테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잘못된 가치와 방향으로부터 돌이켜 불교적 삶,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 출가'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교 종단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청춘, 山寺의 여덟 밤… 아픈 허물 8겹을 벗다

입력 : 2012.07.09 23:50

조계종 '청년출가학교' - 휴대전화 맡기고 머리 자르고 새벽 4시부터 예불·발우공양…
도법·혜민 등 '스타 스님' 총출동… "네 인생의 운전대 잡고 나아가라"
108배 하며 내려놓은 응어리… "내 속이 이렇게 시끄러웠네요"

늘 알 수 없는 응어리가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답을 얻지 못한 질문도 많았다. 조계종 교육원이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청년출가학교'. 나이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제각각인 젊은이 41명이 저마다 응어리와 질문들을 안고 모였다. 휴대전화와 지갑은 스님에게 맡기고, 대신 회색 옷과 조끼를 받아 입었다. 조금씩 머리카락을 잘라 이름을 쓴 봉투에 넣고, 항아리에 담아 불단(佛壇)에 올렸다. 이들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하고, 참선과 울력(육체노동)을 하고, 발우공양(나무식기를 이용한 사찰 전통 식사법)을 하고, '스승'들의 법담(法談)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8박 9일을 보낸 9일, 청년들의 얼굴은 몰라보게 환하고 밝아져 있었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20대 젊은이를 대상으로 무료 출가학교를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나"

"늘 예민하고 불안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존재하는 것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인 것을 듣고, 알고, 깨달았습니다." 9일 서로에게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최규영(22)씨는 이렇게 말했다.

8일 전남 해남 미황사 만하당(滿霞堂)에서 출가학교 참가 젊은이들이 교장 법인 스님(왼쪽 스님), 지도법사 원영 스님과 활짝 웃고 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최악의 청년실업 속에 무한경쟁에 내몰린 이 시대 청춘은 참 많이 아팠다. 출가학교 교장을 맡은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시대의 교사였는데, 출가 수행자로서 청년들의 이런 아픔을 돌보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평가, 어느 등급의 대학에 가야 하고, 몇 급 공무원이 돼야 하고, 아파트 몇 평을 갖는 것이 청년들 꿈의 전부라는 것 가슴 아팠습니다." 출가학교에는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인 미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등 조계종단의 '스타 스님'들이 총출동했다. 고려대 조성택 교수, 고전평론가 고미숙씨 등 외부 전문가들도 강연으로 함께했다. 참가자 41명을 뽑는 데 272명이 지원해 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만큼 기획 단계부터 호응이 뜨거웠다.

"달이 차오르듯 환해지는 얼굴들"

도법 스님은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집중해서 살다 보면 과거로부터도, 미래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현재를 올바로 살아갈 것을 주문했다. "네 상처만 가장 크고 너만 가장 아픈 걸로 생각지 말라"는 고미숙씨, "네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라"고 말하는 혜민 스님 등도 청년들에게 고마운 '약'이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둔 박민지(25)씨는 "미래에 대한 내 고민의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 앓고 있을 뿐인 걸 깨달았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수빈(26)씨는 "불필요한 말을 줄이면서 내 속이 이렇게 시끄러웠구나 하는 걸 생생하게 느꼈다. 내 안의 번잡함과 번뇌를 바로 보게 됐다"고 했다.

지도법사를 겸한 법인 스님,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원영 스님은 매일 4명씩 30분간 개인 상담도 진행했다. 원영 스님은 "아픔, 원망, 자책, 미련 같은 것이 겹겹이 이어져 쌓이다 보니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낱낱이 자신을 깨어 놓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껴안고 울기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달이 차오르듯 청년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얼굴이 확 달라지는 게 놀라웠죠. 아침에 차담(茶談)할 때면 '오늘도 너희들 가면이 한 꺼풀 벗겨졌구나' 할 정도였어요."

금강 스님은 "적극적 삶의 대안으로서 출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찰생활을 미리 체험할 기회가 됐을 테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잘못된 가치와 방향으로부터 돌이켜 불교적 삶,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생활 출가'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