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야기

인도네시아... 나의 어리석음을 알려준 나라 인도네시아... 천상의 연꽃 보로부두르

정진공 2014. 5. 29. 10:56

화산재 속에서 깨어난 '지상의 만다라'

한국 드라마를 사랑해서 한국과 친해졌다는 이 50대의 현지 가이드는 그리 능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미안합니다"라는 말부터 했다. 세월호 소식은 인도양 건너 이 나라에도 잘 알려진 모양이었다. 아마 '깊은 유감' 정도가 어울리는 통역이었겠지만, 사소한 오역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심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와기요는 식사 시간마다 기도를 올린다며 사라졌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까지 명명한 지상 최대의 불교 사원, 보로부두르

습도와 언어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열대우림의 나라로 떠난 이유는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 때문. 누구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까지 명명한 지상 최대의 불교 사원이다. 8세기 해상 왕국이던 불교 국가 사일렌드가 지었다는 이 석조 건축물은 '지상의 만다라'로 불린다.

천상에 피는 꽃 만다라가 땅으로 내려왔다. 가로 121.38m×세로 121.66m×높이 35.4m, 하나의 석조 건축물로 요약된 해탈과 구원이다.

경의를 담은 의무로 인도네시아 고유 의상인 사룽을 치마처럼 두르고 사원 안으로 입장했다. 경의(敬意)는 곧 경이(驚異)로 바뀌었다. 앙코르와트보다 200~300년 앞서 있다는 보로부두르는 산스크리트어로 '언덕 위의 사원'이라는 뜻. 자연이 빚은 구릉 위에, 1300년 전의 왕조는 검은 회색의 안산암(安山岩) 암석 350만t을 쌓아 올렸다. 바닥은 정방형이지만,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구조. 모두 10층으로 각 층마다 회랑이 있고, 그 회랑을 한 바퀴 돌면 위층 회랑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마치 탑돌이하듯 모든 회랑을 다 돌고 나면,
당신은 4㎞를 걸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탑돌이하듯 그 모든 회랑을 다 돌고 나면, 당신은 4㎞를 걸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4㎞가 당신 인생의 요약이고, 업(業)이자 수행(修行)이며, 참선이자 반성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뉘우치며, 회랑을 걷는다. 양쪽 벽면에는 당신보다 먼저 수행의 길을 떠난 이의 일생이 돋을새김(浮彫)으로 새김질되어 있다. 석가모니다. 무려 1460면의 부조에 등장인물만 1만명. 부처의 탄생과 출가, 그리고 열반의 여정이다. 와기요가 설명을 덧붙인다. 1층과 2층은 인과응보로 대표되는 선악 이분법의 세계, 3층부터 7층까지는 생로병사의 인간계,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면 욕망과 번민을 극복한 극락이다.

회랑 중간중간에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누구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회랑 한 바퀴를 마치지 않고도 지름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극락으로 가는 지름길.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만은 알고 있다. '나'는 정도(正道)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해탈이 그렇게 쉽게 주어지던가.

보로부두르 사원 꼭대기에 있는 종(鐘)모양의 탑.

이 하나의 석조건축물의 각 층마다 정교한 비율로 세워진 불상(佛像)은 모두 504개, 그리고 종(鐘) 모양 불탑은 72기다. 불교에서 종은 진리의 소리라는 의미. 정상의 종탑은 하늘을 향해 염원하는 손 모양을 하고 있다.

진리와 열반의 자리에 이르려는 당신을, 지름길이 아니라 정도를 밟아가는 당신을, 504기의 부처님이 굽어보고 있다.

여행 수첩

보로부두르는 1000년 동안 화산재 속에 숨어 있었다. 이곳은 불의 신(神)으로 불리는 활화산 메라피(2968m)의 1000년 전 분노로 재 속에 갇혔다. 자바를 통치했던 영국이 1814년 발견했고, 그다음 통치한 네덜란드가 1907년부터 복원을 시작했다. 1973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욕야카르타 사원 여행은 보로부두르로 그치지 않는다.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믄듯 사원과 빠원 사원이 인근에 있다. 모두 불교 사원이다. 세계 최대의 힌두 사원으로 불리는 쁘람바난도 이곳에 있다. 성찰과 깨달음의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전통요리

화폐는 루피아 1원이 11루피아 정도. 호텔에서 미국 돈 30달러를 환전했더니 30만 루피아로 바꿔줬다. 상품과 가격의 연상이 쉽지 않다. 욕야카르타 명물인 사람이 직접 끄는 관광 인력거를 탔는데, 30분에 3만 루피아를 달라고 했다. 3000원이다. 하나 더. 끽연가들에게 반가운 소식. 흡연의 왕국이다. 텐트럼 호텔 식당에서는 칸막이도 없이 입구 오른쪽 1열을 흡연석으로 배치했다.

미고렝 Mie는 밀가루 면이고, Goreng은 볶았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식 볶은 국수다. 마찬가지로 볶음밥도 있다. 나시고렝. Nasi가 밥이다. 해산물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각종 채소와 함께 넣고 센 불에서 단번에 볶았다. 숲과 계곡을 끼고 있는 식당 칼리 오파크(Kali Opak)를 추천한다. 단품 3만5000~4만 루피아(약 3500~4000원) 수준. Kaliopak-resto.blogspot.com,+62(0)274-652-2976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공항까지는 7시간. 다시 인도네시아의 고도(古都)로 불리는 욕야카르타 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욕야카르타 공항에서 보로두부르 사원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45㎞)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인 가루다인도네시아가 주 7회 운항한다. 6월부터는 주 9회 운항. '기내 입국 서비스'가 특징이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이민국 직원이 좌석을 돌며 입국 수속(25달러)을 진행한다. www.garuda-indonesia.co.kr (02)773-2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