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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가는해 오는해~~~)

정진공 2015. 12. 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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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 배웅도, 오는 해 마중도 가지런히 마음 모아 - 2016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1박 2일간 산사에서 쏘인 솔바람에 산 밑의 시름이 다 씻기는 것은 아니다. 맑고 찬 돌샘에서 실컷 목을 축였다 해도, 산을 내려오면 다시 목이 마를 터. 그럼에도 묵은 감정에 매듭을 짓고 새로운 원을 세우고픈 세밑 세시, 산사에서의 이틀은 귀한 경험을 선물했다. 피안으로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발목을 잡는 짐을 헤아렸고, 연못과 계곡을 거울 삼아 마음 자락을 여미는 즐거움을 알았다. 향기로운 차 한 잔, 순한 밥상에 감사할 때도, 법고의 사자후에 감동할 때도 가지런히 두 손을 가슴께에 모았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며 숲길을 걸었다. 그 길 위에 아침 해가 빛났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다 송광사 1박 2일 템플스테이 체험기

날개 돋는 다리 위에서 날지 못한 이유

송광사 대웅전에 이르기까진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일주문 못 미쳐 극락교가 첫 번째 다리요, 일주문 지나 능허교가 두 번째 다리다. 둘 다 다리 위에 누각을 올린 이른바 누다리로, 극락교는 청량각과, 능허교는 우화각과 한 몸이다. 다리와 누각의 이름은 서로 소통한다. 맑고 깨끗하니(청량, 淸凉) 유토피아(극락, 極樂)에 이르고, 날개가 돋으니(우화, 羽化) 허허로운 하늘로 날아오를(능허, 凌虛) 만도 하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다리들을 건너며 날아오를 듯 발걸음이 가볍기는커녕,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망치로 쿵쿵 두들겨 맞는 못이 된 것 같았다. 웬만한 데스크톱 무게의 구형 노트북을 넣은 배낭이 어깨를, 온몸을 찍어 누른 까닭이다. 한참 전에 매듭지었어야 할 원고와 마감 독촉 문자메시지를 품고 떠나는 여행이라니. 템플스테이를 떠나며 노트북을 챙겨야 했던 간밤의 심사는 복잡하기만 했다.

세상사 술술 풀리는 일이 그리 흔치 않음을 알지만, 게으른 필자에게 가장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언제나 마감이다. 열반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어 ‘삼독(三毒)’이라 일컬어지는 ‘탐(貪), 진(瞋), 치(癡)’, 세 가지 번뇌는 마감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가난한 어휘와 지루한 기승전결에 대한 ‘울화’, 어느 순간 마감 따위 인생 따위 될 대로 되라 자포자기하며 드러눕고 마는 ‘어리석음’이 그것.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우화각 난간에 걸터앉았다. 가뭄이 길었던 터라 조계산 계곡물도 예년만 못하건만, 산문(山門) 안에서 듣는 계곡물 소리는 유독 명징하다. 오른쪽으론 계곡을 베고 누운 집, 침계루(枕溪樓)가, 왼쪽으론 거울처럼 맑은 물에 면한 집, 임경당(臨鏡堂)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과 연못은 절집에 흔한 거울이다. 하늘과 구름이 담기고, 물가에 면한 나무들이 철따라 꽃잎과 낙엽을 흩뿌리며 얼비친다. 눈썹을 다듬을 순 없겠지만 마음 자락 여미고 가다듬기엔 그만 한 거울도 없다.

문득, ‘내가 짊어진 가방이 내 인생의 무게’라며 초경량의 삶을 고수하는, 여행이 삶 자체인 친구를 떠올렸다. 유목형의 그녀와 정착형의 나는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종종 의기투합해 아흔아홉 가지 다른 점들을 술안주로 씹어 먹는 사이다. 이 무거운 배낭을 그녀가 봤다면 뭐라 말할지, 무얼 덜어내고 버려줄지 궁금했다. 연못과 계곡을 갖지 못한 산 밑의 일상엔 친구만 한 거울도 없다.

감사도 축원도, 가지런히 마음 모아
송광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자율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자율형의 경우 스님과의 차담 외엔 정해진 일정이 없다. 사찰의 기본적 일과인 새벽·사시·저녁 예불과 아침·점심·저녁 공양 시간만 일러줄 뿐 참여 여부는 말 그대로 자율이다. 체험형은 앞에 열거한 일과들을 빠짐없이 따라 하게 되며, 이에 스님과의 산책, 선체조, 108배, 참선 등이 덧붙여진다. 월 1회 ‘스님, 계십니다’라는 2박 3일 체험형 프로그램도 있다. ‘나의 마음을 읽어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의 방향을 함께 생각해주는 스님이 계시다’라는 뜻을 담은 타이틀 그대로, 스님 여덟 분과의 만남이 중심이 된다.

송광사는 통도사,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三寶寺刹)로 불린다. 이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중요한 삼대 사찰을 이르는 말. 삼보(三寶)는 불교의 신행 귀의 대상인 불(佛)·법(法)·승(僧)을 가리키는 말로, 통도사가 불, 해인사가 법, 송광사가 승에 해당한다.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종찰 송광사의 위엄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스님들 공부에 방해가 된다 하여 처마 밑에 풍경 하나 달지 않은 내력에서 다시금 확인할 따름이다.

템플스테이 체험관은 경주나 전주 같은 도시에 흔한 한옥 민박을 연상시킨다. 신축 건물이라 깨끗한데다, 방 안에 욕실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두루 편안하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스님과 차담을 갖기 위해 다실에 모였다. 절에서 마시는 차는 특별히 더 맛있다. 좋은 차이기도 할 테고, 차 마시는 게 일상인 스님이 내려주시니 커피로 치면 경력이 오랜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인 셈이다. 스님 주도하에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혼자 왔든 친구 혹은 가족끼리 함께 왔든,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절을 찾은 이들이 구하고자 하는 바는 마음의 휴식, 그 하나로 모아졌다. 깊은 숲과 오래된 건축물, 순한 채식 밥상, 장엄한 새벽 예불 등이 어우러지는 고요한 시공간에 기대어 헝클어진 마음 밭을 가지런히 쓸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수행 공동체인 사찰에선 칼같이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공양 시간도 그중 하나. 절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 30분 남짓으로 정해진 공양 시간, 공양간 내에서만 밥을 먹을 수 있다. 공양간은 뷔페식 채식 식당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넓은 접시나 대접에 밥과 반찬, 국을 먹을 만큼 스스로 덜어 먹는 식이다. 김치 한쪽 남겨 그릇까지 싹싹 닦아 먹는 발우공양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은 있다. 식사 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합장하고 밥그릇 앞에 가벼이 반절한 뒤 남김없이 먹고 식기는 스스로 세척하는 것. 사찰에선 스님과 마주칠 때도 합장 인사를 하는 게 예의인데, 가슴 앞에서 모은 두 손에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명을 잡고 무소유 길을 걷다
새벽 예불에 참석할 수 있었던 건 그 시각까지 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5시에 아침밥을 먹는 일정이 속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출퇴근이 없어 낮밤 구분 없이 사는 이에게 새벽 3시 기상, 저녁 9시 취침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산 밑에서부터 끌고 온 탐진치의 결정체, 미완성 원고를 마감해야 했으니. 어쨌거나 산사의 맑은 기운을 받은 까닭인지 번뇌 삼총사를 떨치고 원고 마감이라는 매우 소소한 열반을 이룬 채 새벽 예불까지 참석할 수 있었으니 일거양득이라 해야 할까.

초겨울 차가운 새벽 공기가 무거운 어깨를 죽비처럼 내리쳤다. 살얼음 동동 뜬 평양냉면을 들이켤 때처럼 그야말로 ‘쩡-’한 맛. 송광사의 새벽 예불은 ‘장엄하다’라는 한마디밖에 달리 이를 말이 없다. 특히 4, 5명의 스님이 이어 치는 법고는 온몸의 세포들을 바짝 일깨운다. 마치 삼복 중 시원한 소낙비에 흠씬 두드려 맞는 듯한 기분. 가슴께로 파고드는 떨림 위로 두 손이 절로 모아졌다.

여명이 밝아올 때쯤 도량을 한 바퀴 둘러보고,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암자 불일암까지 내처 걸었다. ‘무소유 길’이라 명명한 산책로 곳곳에 법정 스님의 향기로운 글귀들을 새긴 목판을 만날 수 있다. 차담을 나눴던 스님이 당부하길, 이 길을 걸을 때는 동행인이 있어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라 했다. 스스로 ‘나’의 이름을 부르며 ‘잘 살아왔다, 고맙다, 사랑한다’ 위로해주라고.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묵언이 아닌 ‘나’와의 대화 속에 사박사박, 마른 잎사귀 밟는 소리만 공명하는 산길에서, 온전한 원으로 둥실 떠오른 해를 맞이했다.

새 마음 다지기 위한 여행으로 추천하는 四色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참나무 찾기 용문사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대경 스님이 창건했다.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순종이 왕위에 오른 1907년경 대한제국 군대 해산으로 의병 운동이 일어나면서 용문사가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자 일본군이 불태워버렸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대부분 1909년 이후 중건된 것이다. 하지만 수령 1,100~1,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있어 창건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42m에 밑둥의 둘레만도 14m라고 한다. 해마다 100가마니 가까운 은행알을 수확한다. 보물 제1790호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14세기에 조성된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 고려 말, 조선 초 정지국사가 머물 때 조성된 불상으로 보인다.

용문사 템플스테이는 자연과의 동화와 휴식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도록 한다는 데 중점을 둔다. 체험형 프로그램 ‘참나무 찾기’는 저녁 공양 후 2시간 남짓 ‘소원, 분노, 욕망, 관계’를 모티브로 ‘참나는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해맞이 프로그램으로는 나에게 쓰는 편지, 108 염주 만들기, 은행잎 소원지 쓰기, 탑돌이, 해맞이 등이 준비된다.

위치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문의 010-5342-5797


용을 품은 나 갑사
갑사는 삼국시대 초기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년)에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조선 세종 6년(1423년), 사원 통폐합에서 제외될 만큼 명찰로 이름이 났던 절이며, 세조 때는 왕실의 비호를 받아 갑사에서 「월인석보」를 판각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최초의 승군장 영규대사는 갑사에서 출가한 스님이다. 임진왜란 당시 갑사에 주석하던 중, 스승인 서산대사의 사발통문을 접하고 바로 승군 800명을 모집해 의병장 조헌과 함께 청주성을 탈환한다. 그러나 이어진 금산전투에서 조헌의 의병 700명과 영규대사의 의승군 800명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움에 나서 장렬히 전사한다. 영규대사의 죽음은 이후 곳곳에서 승병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고, 전란이 끝난 후 조정에서는 갑사에 표충원을 세웠다. 갑사 표충원에는 서산과 사명, 영규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갑사 템플스테이는 평일 자율형과 주말 체험형으로 진행된다. 체험형의 경우 오전 2시간 남짓 용문폭포를 천천히 걸으며 참선하고, 저녁 공양 후 1시간 반 동안 계룡산 108 여의주 만들기 시간을 갖는다. 새해맞이 프로그램 ‘용품나(용을 품은 나)’를 통해 삼보일배와 세족식, 발우공양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위치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중장리)
문의 041-857-8921

움직이는 선의 숨결 골굴사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온 광유 스님 일행이 경주 함월산에 정착하면서 인도의 석굴 사원을 본떠 조성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굴사원이다. 10km쯤 떨어진 바닷가에는 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이 있다. 주불인 마애여래좌상(보물 제581호)이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조성돼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관음굴, 지장굴, 약사굴, 나한굴, 신중단, 칠성단, 산신당 등의 굴법당과 남근바위, 여궁 등의 민간 전례신앙의 흔적까지 있어 한국적인 석굴사원의 특징을 보여준다. 근래에 이르러 골굴사에는 불가의 전통 수행법인 선무도 수련원이 개설돼 내국인은 물론 수많은 외국인들이 전통의 불교무예를 배우는 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움직이는 선의 숨결’이란 타이틀로 진행되는 체험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엔 선무도 수련과 선무도 공연 관람이 포함된다. 일요일엔 기림사, 감은사지, 수중릉을 돌아보는 성지 순례 프로그램도 신청할 수 있다.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는 새해 타종 체험과 동해 바다 해맞이 등이 준비돼 있다.

위치
경북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101-5
문의 054-775-1689

그림 그리는 새 내소사
백제 무왕 34년(633년), 혜구 두타라는 비구니 스님이 창건했다. 주변에 개암사, 직소폭포, 격포해수욕장, 채석강, 변산해수욕장, 월명암, 낙조대, 적벽강 등의 명소가 숱하다. 절 입구에 울창한 전나무 숲길과 대웅전 전면의 꽃살문, 후불벽에 그려진 백의관음보살상이 특히 아름답다. 내소사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진다. 대웅전을 다 짓고 단청을 하려는데 누군가 찾아와 자신이 단청을 할 터이니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문을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약속했던 100일이 다 되어갈 즈음, 어린 동자승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여 문틈으로 구멍을 내고 안을 쳐다보니 단청장은 보이지 않고 파랑새 한 마리가 자기 깃털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는 것. 동자승이 쳐다보는 것을 눈치 챈 파랑새는 푸르륵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파랑새 설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 그리는 새’는 내소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단연 눈길을 끈다. 아침 일찍 전나무 숲길 명상 후 오전 중에 2시간 반 남짓 진행하는 단청 그리기 프로그램이다.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겨울에 진행되며 일정은 사전에 공지하니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를 참고할 것.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는 법문, 새해 타종 체험, 스님과의 명상 및 차담 등이 준비돼 있다.
<레이디경향에서 받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