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 오곡도 선방 이야기

정진공 2020. 7. 1. 14:25

두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 도반으로서 교수직을 그만두고 3년여에 걸쳐 세계적인 선방들에서 여러가지 선수행을 직접 수행하고서 그 수행법과 참선등에 관해 쓴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장휘옥, 김사업 두 명이 찾아다닌 세계적인 수행처들.

일본 임제종의 참선수행 도량 고가쿠지(向嶽寺),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처 셰우민 센터,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

유럽의 티베트 사원 랍뗀 최링.

일본 임제종의 참선수행 도량, 고가쿠지(向嶽寺)
중국 송나라 때의 선 수행과 생활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지금도 양식이 떨어지면 스님들이 탁발을 나갈 정도로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6번이나 고가쿠지 집중 수행에 참여하여 일본 스님들과 함께 선방에 앉아 하루 15시간씩 좌선하고, 매일 5회씩 방장 스님과 만나 독참(獨參)으로 점검을 받았다. 겨울에도 문을 모두 열어놓고 찬바람을 맞으며 수행하는 치열한 일본 선방에서 화두에만 몰두했다.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처, 셰우민 센터 ( 양곤 국제선센타 방문함, 수도는 네피도)
미얀마의 셰우민 센터는 다른 위빠사나 수행처보다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곳이다. 두 사람은 매일 새벽 3시 30분부터 오후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좌선과 행선을 중심으로 수행했다. 묵언과 오후 불식을 철저히 지키는 집중수련을 하며 매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렸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는 각국에서 온 수행 가족과 함께 울력 명상, 진리 토론, 대지와 접하기, 게으름의 날 등의 수행을 하며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을 호흡과 걷기 명상을 통해 알아차리고, 모든 존재가 그물처럼 얽혀 있다는 자각을 하며 더불어 사는 연습을 했다.

유럽의 선방들, 그리고 감동적인 수행자들의 이야기
여러 나라의 선방을 찾아다니며 덤으로 얻은 것은 눈 맑은 수행자들과의 만남이었다.

구산 스님의 제자로 한국에서 계를 받은 스님이었으나 지금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한국 선을 지도하고 있는 마틴 배츨러?스티븐 배츨러 부부,

숭산 스님의 제자로 프랑스에서 선을 지도하고 있는 우봉 스님,

중관학의 세계적 거장인 스위스 로잔대학의 자크 메 교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티베트 사원 랍뗀 최링의 창춥 스님을 만났다.

선을 추구하는 절실한 마음은 서양인들도 다를 바 없었다.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

두 사람은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수행을 하면 보잘것없는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고, 툭하면 다투던 주변 사람들과도 웃고 지낼 수 있으며,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좀더 거창하게 말하면, 살아가면서 겪는 숱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걸림 없는 대자유를 얻게 된다.

교리와 이론을 통해서도 괴로움의 원인과 대자유를 얻는 방법을 알 수 있고, 남에게 설명도 명쾌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알고 설명을 명쾌히 할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여전히 괴롭고 자유롭지 못하다.

교리와 이론을 온 몸과 마음에 스며들게 하여 진정한 안락과 자유를 얻는 것이 수행이다.

고오가쿠지의 미야모토 방장 스님께 스님은 언제 화두 참구를 완전히 끝낼 수 있냐는 질문을 드리자, 스님은 웃음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저도 계속 화두를 참구하는 중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아직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완전함을 원하는 그 속에 항상 불완전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가에서는 ‘석가모니도 아직 수행 중이고, 달마 대사도 아직 좌선 중’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사람은...2002년 이론과 수행이 하나 되는 삶을 살기 위해 교수직을 버리고 경남 통영에서 배를 빌려타고 20분쯤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섬인 오곡도로 들어가 절벽위에 서 있는 폐교를 구입해서 <오곡도 명상 수련원>을 세워 본인들의 수행과 수행자들을 위한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 www.ogokdo.net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 지난 세월 쓸데없는 생각 많이도 하고 살았구나...."

정말 지난 세월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쓸데없는 생각을 많이도 하고 살았고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것 같다.

본성을 찾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고 모든 것이 공이요 미망이요 心生卽種種法生인 것도 다 알겠는데 (?)....

마음으로 알지 못하고 머리로만 따지고 오늘도 세월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뒷산이 파릇파릇해 질 때 쯤...통영 오곡도로 둥근 달이라도 보러 가야겠다...


 

‘다 버렸다’ 前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장휘옥-김사업 씨

 

천신만고 끝에 얻은 대학교수 자리를 버리고 경남 통영 앞바다의 작은 섬 오곡도(烏谷島)로 들어간 두 사람이 있다.

불교학자인 장휘옥 김사업 전 동국대 교수는 수행에 전념하겠다면서 교수직을 미련 없이 버렸다. 가족은 물론 많은 주변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이들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왜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까.

독특한 이력을 보면 언뜻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50대 초반의 독신여성인 장 전 교수는 부산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 편입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화엄사상으로 석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2년 자진 퇴직했다.

장 전 교수보다 10년 아래인 김 전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대기업 1년 2개월 근무, 동국대 불교학과 편입학 후 석·박사과정 수료, 일본 교토대 박사학위 취득, 동국대 교수 재직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장 전 교수는 “20년 넘게 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내가 찾는 대자유는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면서 “목숨 걸고 수행해서 진리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오곡도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왜 나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노모와 집사람과 딸이 반대했지만 더 늦으면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 장 전 교수와 동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곡도의 폐교를 인수해 ‘오곡도 명상수련원’(055-644-9825)으로 개조했다.

개조공사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도 언덕배기의 이 수련원까지 각종 생필품을 져 날라야 하는 고생을 감수하고 있다.

텃밭에 채소도 가꾸고 있다.

장 전 교수는 “하는 일에 집중해서 잡념을 없애면 일하는 고통도 없고 속도도 난다”면서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지 걱정이 없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장 적합한 수행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나라의 선방과 수련시설을 찾아가 다양한 수행법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일본 임제종의 선방, 미얀마의 위파사나 수행처,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프랑스의 프럼 빌리지, 스위스에 있는 티베트식 불교사원 라프텐 최링, 지난해 열반한 숭산 스님 제자들이 꾸려가는 프랑스의 관음선원 등에서 치열하게 수행했다.

이들이 최근 펴낸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더북컴퍼니·사진)에는 3년간 세계 유명 선방에서 수행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장 전 교수는 “세계의 이름난 선방을 돌아본 결과, 일본 임제종의 간화선이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제종 간화선의 가장 큰 특징은 수행자가 매일 정기적으로 스승과 일대일로 만나 화두에 대한 자신의 경지를 보이고 점검받는 ‘독참(獨參)’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독참 전통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스승과의 대화 없이 혼자 참선하는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곡도 명상수련원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6박 7일 일정으로 두 차례씩 집중수련을 실시하고 있다. 장 전 교수가 독참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50여 명이 집중수련을 거쳐 갔다.

 김 전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 마음 편하게 수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고,

장 전 교수는 “한판 살고 가야 하는 인생을 진취적이고 용기 있게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도 수행을 더해야 한다”고 겸손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