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3일 (일) 19:14 한국일보
영어 스트레스에 학생도 교사도 '끓는다 끓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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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최대 피해자로 꼽히고 있다. 고3이 되어 치르는 2012학년도 입시까지는 현행 입시제도가 유지되지만 2013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빠지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서울 모 여중 2학년 이모(15) 양은 “혹시 재수라도 하게 되면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영어 시험을 봐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생활영어도 하고 수능과 영어능력평가시험 두 가지 모두 준비하라는 거냐”며 답답해 했다. 대전 모 중학교 2학년 정모(15)양도 “우리는 또 다른 실험용 쥐이고, 결국 영어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0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주당 3시간으로 확대돼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한달 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강모(38ㆍ여ㆍ서울 노원구)씨는 “첫 아이가 7살이 됐을 때 영어학원을 보냈는데 아이가 영어 스트레스로 스트레스성 발작 진단까지 받았다”며 “조기영어 교육에 회의가 들어 둘째는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이젠 학원 등록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년 교사는 어쩌라고… 학원行 속속
영어 교사들도 극심한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의 강도는 중년 이상 교사일수록 더 심한 편이다.
경기 모 고교 영어교사인 김모(33) 씨는 며칠 전 영어 회화 학원을 찾았다. 김씨는 "정부가 해마다 수 천명의 교사를 외국에 보내고 재교육도 한다지만 막상 학기 중에는 행정 업무다, 학생 상담이다 해서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한 달에 40만원 가까운 학원비지만 불안해서 일단 다니고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모 고교 영어 교사 최모(42)씨는 "20, 30대 교사들이야 어학 연수니 교환 학생이니 현지 영어를 읽힐 기회가 많았지만 우리 같은 중년 교사들은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며 "그렇다고 3,4년 안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해봐야 '공부하기 싫으니 앓는 소리 한다'는 말만 들을게 뻔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고 했다.
인천 모 중학교 영어 교사 강모(34)씨는 "선생님들도 선생님이지만 과연 학생들이 영어로만 하는 영어 수업을 받아 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학생들 수준이 제각각이어서 한국어를 섞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모 고교 진학담당 하모(51)씨는 "2013학년도까지는 수능 영어 과목을 치러야 해 당연히 암기 위주의 입시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내년에 6,500명의 초중고 영어전용교사를 뽑아 회화 중심 영어 교육을 하겠다는 인수위 생각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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