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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제 대학인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 이 대학 정원(180명)은 그 옆에 위치한 여주자영농업고(정원 450명)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이 시골 대학에는 특별한 데가 많다. 서울대, 연세대, 부산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과 대학원 졸업생들이 입학한다. 전체 학생의 18%는 현직 농업인이다. 졸업생 가운데는 졸업 첫해 매출액을 2배로 늘린 농민도 있다. 그래서 '농업계의 MBA(경영전문대학원)'로 불린다. 개교 13년 만에 쌓아 올린 명성이다.
- ▲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의‘가족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학교에는 아버지와 아들, 형제, 부부가 선후배나 동기인 경우가 10여 쌍에 이른다. 08학번인 김혜옥(42·앞줄 가운데)씨도 지난 2월 졸업한 남편 이상진(44·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씨의 권유로 입학했다. 박수찬 기자
◆농부 아버지가 자식에게 입학 권유
경기도 남양주에서 오이, 양상추를 키우는 정수근(50·채소경영학과 졸업)씨는 여주농전에 입학하던 첫해(2005년) 1억567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졸업 첫해인 작년 매출액은 2억86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정씨는 그 공(功)을 여주농전에 돌렸다.
"전에는 감(感)으로 농사를 짓다가 작물의 특성을 공부해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게 됐어요. 학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정씨는 지난해 껍질이 노란 '골든볼 애호박'과 미니 오이 등으로 높은 매출을 올렸고 지금도 20가지 작물을 실험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바이어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여주농전에는 정씨의 아들(정대한·19)도 다니고 있다. 농민의 자식들이 농업을 더 외면하는 현실에선 드문 일이다. 원래 다른 대학에 붙었던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를 찾아와 후배가 되겠다고 했다. 아버지도 말리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농사 짓는 사람이 자식에게 농사 안 물려줬습니다. 나중에 원망을 들으니까요.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제 스스로 농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강원도에서도 통학하기도
산업교육법에 따라 공립인 여주자영농고 특별 과정(2년제 전문학사학위)으로 설립된 여주농전은 등록금 면제는 물론 학생들에게 기숙사비와 식비까지 지원해준다. 돈은 경기도교육청이 댄다. 이 대학 윤필영 부학장은 "젊은 학생에게는 농업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주고, 영세 농업인에게는 노력해 소득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매년 졸업생 50여명 가운데 10여명의 농업 후계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 대학의 매력은 '공짜'라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수업이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이런 교육 과정이 소문 나면서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2~3시간씩 차를 몰고 통학하는가 하면 아내·형제·자식을 입학시킨 가족 동문도 10쌍이 넘는다.
지난 2월 양돈양계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상진(44·강원도 원주시)씨는 부산대를 졸업한 뒤 가축용 미생물 사료를 생산해 왔다.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비롯해 유명 대학을 알아봤지만 결국 여주농전을 택했다. 이씨는 "실제 현장에서 농업을 배우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졸업하면서 장학금으로 100만원을 내놓은 것도 모자라 아내(김혜옥·42)에게도 입학을 권했다.
◆수업 강도, MBA 못지않아
여주농전은 농업계의 MBA라는 별명만큼이나 강의 강도가 높은 편이다. 배우는 학생도, 가르치는 교수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이천에서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송긍의(44·동물자원계열 08학번)씨는 "수업 내용이 많아서 어떤 때는 소를 키워야 하는지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내가 배우지 않으면 우리 축산업이 그만큼 뒤처지니까 열심히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낙농한우경영과 정하일 교수는 "현업에 계신 분들이 많고 멀리서 온 학생도 많아서 조금이라도 수업 준비를 덜 해가면 학생들 표정이 금세 굳어진다"며 "영어를 안 쓴다 뿐이지 수업 강도는 MBA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에서 돼지 3000마리를 키우는 원동학(46·양돈양계경영과 졸업)씨는 "키위농사 짓던 농민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되고, 젖소를 키우던 농민은 여당 사무총장을 꺾고 국회의원이 됐다"며 "농민들이 나서 절망의 농촌이 아니라 희망의 농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씨의 아들 용섭(18)군도 여주농고 자영축산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들의 장래 희망은 '존경받는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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