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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잘 가꾸니 산골까지 관광와요....

정진공 2007. 11. 27. 22:46
“숲 잘 가꾸니 산골까지 관광 와요” [중앙일보]
경기도 포천 해발 300m ‘우물목 마을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산정호수 인근 해발 300m의 고원 분지에 자리 잡은 우물목 마을. 북위 38도선에 위치해 휴전선과 인접한 산간 마을이다. 마을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나무가 우거진 산이 전부다. 그런데 이 마을에 관광객이 몰린다. 이 산을 보고 있노라면 경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가을 단풍철에는 불이 붙은 듯한 전경에 감탄하게 된다. 눈이 오면 눈 덮인 산과 마을이 동화 속 풍경을 연상케 한다. 이런 멋진 산림은 마을 주민들이 30여 년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 주민들이 가꾼 울창한 산림이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마을을 살찌운 비결이다.

산정리의 김홍수 이장(53)이 우물목 마을에서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와 묵을 수 있는 펜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익진 기자]
◆나무 심기 25년=이 마을이 산림마을로 탈바꿈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들은 당시 밭농사와 논농사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문제는 6·25 전쟁 참화와 화전으로 인해 벌거숭이가 된 산이었다. 흉물스러운 산을 내버려 두니 경관도 좋지 않았다. 특히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의 위험이 컸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숲 가꾸기를 시작했다.

 먼저 산의 주인들이 제 주머니를 털었다. 가장 조림에 앞장선 사람은 200만㎡의 산지를 소유한 김범용(83)옹이다. 김옹은 틈나는 대로 나무를 심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숲을 가꾸는 데 힘을 더했다.

 김옹의 아들인 마을 이장 김홍수(53)씨는 “경제성이 우수한 잣나무·전나무·자작나무·낙엽송을 주로 심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림은 최근까지 계속돼 지금 마을 주변 300만㎡ 산지는 빼어난 경관을 지닌 숲으로 변신했다. 게다가 조림지와 맞닿은 관음산 500만㎡에도 하늘을 가릴 듯한 자연림이 우거져 마을 주변은 온통 광활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97년 조림이 마무리되고 숲이 우거지자 주민들은 산림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다. 결론은 ‘산촌 관광개발사업’이었다. 포천시도 지원에 나섰다. 주민들은 낡은 주택을 헐고 부지를 분양받아 관광 펜션 및 전원주택 형태의 주택을 새로 지었다. 마을 안에 산책로와 산림욕장을 만들고 식물원도 꾸몄다.

◆성공한 산촌 관광마을로 변신=산촌마을이 관광마을로 탈바꿈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도 한결 개선됐다. 전체 34가구 가운데 19가구가 민박사업에 나섰다.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왔다. 우물목 마을 임영서(35) 반장은 원래 회사에 다니던 월급쟁이였다. 그는 우물목이 관광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2005년 3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객실 6개 규모의 펜션을 지어 관광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임씨의 부모는 1만㎡의 논·밭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연 매출액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했다.

 포천시도 산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29억원을 들여 시도 201호선과 마을을 잇는 길이 1.6㎞, 폭 6m의 도로를 지난해 11월 만들어 주었다. 마을 반경 2㎞ 내에는 산정호수·명성산·한과체험마을 같은 관광지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났다. 펜션에는 손님이 몰렸다.

 그는 “산촌 전원마을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2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며 “펜션을 한 후 농사 지을 때보다 2∼3배 많은 연간 7000만∼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산정리 김홍수 이장은 “숲만 잘 가꾸면 산간 오지 마을도 관광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