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만난 기쁨

[스크랩] 빗 님도 오시고, 소주도 달고

정진공 2009. 7. 6. 15:45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너무 거창한 제목을 잡았나요?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 찬 흥남 부두에서
길은 잃은 금순이.
그 금순이는 그 때만 있지 않고
지금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 부동산 투자(기)??를 모르면 금순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아님 너무 물질만 쫓다 진짜 금순이가 되는 건 아닌지.

살면서 가끔은 그냥 혼자 氣 죽는소리가 절로 들려온다.

『경영학을 공부하면 역시 理財에 대하여 전문가가 되어야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부동산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경영전략을 공부하면 부동산 투자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알고 싶은 것 공부하고, 농심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자 하는가를 공부하고, 소설책 보듯 재미있어하고, 삼양라면 우지 사건과 요즈음 만두사건과 대비하여 보고, 이럴 때 국가는 잘 못 된 점에 대하여 국민에게 배상 안 하는가? 라는 점등도 생각하고, 열 받고 소주 한 잔 하고. 좋은 것 같은데-----.

어떤 삶이 좋은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영화 레인 맨(Rain Man)을 본적이 있다.

아래는 이 영화에 대하여 어는 평자가 써 놓은 글인데 .
너무 좋다.
우리도 때에 따라서는 꼭 법정스님처럼 무소유(우리는 같은 세속인은 잘 안 된다.) 는 아니더라도 너무 물질만 쫓는 양태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두 배우의 장애(disability)를 배경으로 한 형제애 만을 보았는데
평자는 삶과 연결 된 너무 멋있는 글을 쓰고 있어 옮겨 본다.
혹 시간이 있으시면 일별 하시기를

===========================================================

대부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레인 맨>이 형제간의 우애, 혹은 자폐증 환자에 대한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폐증 환자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의 완벽한 연기에 감탄하면서 극장을 나오게 된다. 과연 이 영화에 대한 화제는 온통 자폐증 환자의 연기를 잘해 낸 더스틴 호프만에 대한 것뿐이고 아카데미상 역시 그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레인 맨>의 중요성은 단순히 형제간의 우애나 자폐증 환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그치지 않는다.<레인 맨>의 진짜 중요성은 그것이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자 20세기 인류문명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데 있다. 그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배경으로 깔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사실은 모든 초점이 자폐증 환자인 형이 아니라 정상인인 동생에게 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바꾸면 이 영화는 동생 탐 쿠루스의 눈뜸의 과정을 그린 영화이고 형 더스틴 호프만은 그의 눈을 뜨게 해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텍스트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 영화의 매 장면 하나하나는 심오한 의미를 갖고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 레인 맨>은 우선 ‘미국의 꿈’의 성취와 좌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원래 유럽의 기계문명과 산업화와 종교박해를 피해 대자연을 찾아 이주해 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였다. 그러므로 <초원의 집>으로 표상되는 녹색의 정원과 목가적인 삶은 곧 초창기 미국인들이 추구했던 ‘미국의 꿈’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곧 북미대륙의 대자연을 개척해 문명화시켰고 산업화시켰으며 그 결과 미국은 오늘날 세계문명과 과학의 중심지가 되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게 되었다.


더구나 많은 미국인들을 캘리포니아의 금광으로 몰려가게 만들었던 이른바 1849년의 ‘골드 러시’는 ‘미국의 꿈’을 물질적인 성공과 동일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그나마 남은 서부의 미개척지마저도 급속도로 문명화시키는 데 공헌했다. 과연 미국 정부는 1890년에 미국에는 더 이상 프론티어(개척지)가 없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미국 서부 개척사의 종말과 순수한 ‘미국의 꿈’의 죽음을 선포했다. 이제 원래의 녹색의 목가적 꿈은 물질주의와 상업주의에 의해 오염되었고 초기의 순수했던 미국의 꿈은 어느덧 타락한 ‘미국의 악몽’으로 변질 된 것이다.

< 자동차와 장미정원 ? 미국의 유산 >

영화 <레인 맨>의 주인공 찰스 배비트(탐 쿠루스 분)는 서부로 이주해 와서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고 있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상실한 바로 그러한 미국인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마치 ‘골드 러쉬’ 때 캘리포니아 금광을 찾아온 사람처럼, 돈과 금속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과연 자동차 판매인인 그의 인생은 온통 동과 기계-예컨대 전화와 자동차-에 매달려 있을 뿐, 그의 삶에 녹색의 정원이나 목가적 꿈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날 그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부친의 죽음을 통고 받는다.

부친의 유산을 받기 위해 고향인 동부지역의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로 돌아간 그는 부친이 자신에게 단 한 푼의 돈도 물려주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부친은 전재산을 어느 요양원에 기증하였다. 단지 그에게는 자동차와 장미정원 뿐이었다. 그는 이것(자동차와 장미정원)이 의미(미국인들이 그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기계와 정원, 또는 산업주의와 전원주의)를 깨닫지 못한다.

부친의 재산이 기증된 그 요양원에 자폐증 환자인 자기 형(더스틴 호프만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안 찰스는 형을 납치하여 요양원측을 협박, 유산을 찾으려고 한다. 그에게 있어 형은 단지 잃어버린 돈을 상징하나 그러나 사실 형이야 말로 부친이 남겨 준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형을 캘리포니아(서부)로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형제의 대륙횡단 여행>

이 영화의 핵심적인 사건은 바로 자폐증 환자인 현 레먼드 배비트가 비행기 타기를 거부해 부득이 두 형제가 부친이 물려준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일어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 ‘제2의 대륙횡단’(또는 ‘제2의 골드러쉬’-왜냐하면 형은 곧 돈이고 그는 지금 서둘러 서부로 달려가고 있으니까)을 통한 주인공의 깨달음과 눈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실은 부친이 그에게 물려준 진정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레인 맨(형 레먼드 배비트)’은 미국인들이 성공(기계)만을 추구하느라 오랫동안 요양기관에 유폐시켜 온, 그래서 이제는 그 존재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찰스는 오랫 동안 형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왔다)’목가적 꿈’과 ‘녹색의 정원’을 상징하고 있다. 찰스는 여행 기간동안에 형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여행을 통해 형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만 했던 형의 자폐증 속에 사실은 비상한 능력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오직 기계적이고 경제적인 인간관계밖에 몰랐던 그도 이제는 다른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기 직전에 두 형제는 라스베가스에 들른다. 라스베가스가 이들 여행의 종착지의 직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은 이 영화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라스베가스는 물질주의와 상업주의, 그리고 기계주의와 한탕주의(도박을 의미)를 의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들 형제들은 오랜 여행 끝에 이러한 라스베가스의 유혹을 이기고 진정으로 화합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라스베가스에서 두 형제는 힘을 합쳐 게임(도박)에 임하게 된다.

온갖 정교한 기계들과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앞에 두 형제는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동생의 테크닉과 형의 비상한 기억력(기계의 힘이 아닌 인간의 능력)으로 두 형제는 게임에서 돈을 딴다. 그것은 인간(형)과 기계(도박기계),또는 진짜 녹색(초원)과 가짜 녹색(돈)과의 대결에서 보여주는 전자의 통쾌한 승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딴 돈은 물론 동생 찰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이중의 기쁨을 제공해 주고 있다.결국 부친은 방탕한 아들 찰스의 문제를 자신의 ‘위대한 유산’으로 깨끗이 해결해 준 것이다.

<레인 맨-되찾어야 할 미국의 꿈 혹은 현대인의 꿈>

드디어 그들은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이제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난 찰스는 형 ‘레인 맨’과 같이 살기를 원하나 ‘레인 맨’은 요양기관으로 돌아간다. 어떤 의미에서 이제 모든 것을 깨달은 찰스에게 그를 깨우쳐 주었던 텍스트는 꼭 같이 있지 않아도 되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레인 맨(Rain Man)’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된다.’레인 맨’은 오늘날 시원한 비(Rain,목가적이고 전원적인 것을 의미한다)를 상실한 우리 현대인들에게 죽어 가는 녹색의 초원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대자연의 ‘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가적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는 현대 물질주의 미국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단 미국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그것은 한국처럼 경제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온 나라에도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고 그리고 물질적인 것에 온통 매달려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주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동안 우리가 요양기관에 유폐시켜 온 ‘레인 맨’을 찾아내어 고갈되고 황폐해진 우리 마음의 황무지에 다시 한 번 재생과 풍요의 비가 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전원의 목가나 녹색의 꿈만을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망각하고 물신주의와 기계주의만을 숭배하고 맹신할 때, 우리는 삶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상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죽음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녹색의 꿈과 생명의 비(Rain)를 상실하게 되면 정신적, 신체적 황폐와 피폐로 인해 지구의 파괴와 인류의 파멸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빗 님도 오시고, 소주도 달고
글쓴이 : 30/이영수 원글보기
메모 : 영화로 보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김성곤 저 살림지식총서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