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귀농본능 일깨우는 " 도심 양봉" 귀거래사 이야기!!!

정진공 2011. 9. 28. 13:10

[홍사종의 상상칼럼] 귀농본능 일깨우는 ‘도심 양봉’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sjhong@sm.ac.kr)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70%의 국민이 현 생활에 불만이라고 답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증가해도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하긴 국가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5위인 점과 자살률 1위라는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은 행복과 요원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을 위협하는 도시에서의 삶을 멀리하고 생태와 자연이 살아 있는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고학력의 번듯한 직장을 박차고 생태형 귀농인이 되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는 언론을 통해 누차 소개돼 왔다. 코리아 시니어 리포트는 행복한 삶의 조건의 최상위 가치를 정신과 육체의 건강으로 손꼽았다. 물질적 행복 너머의 새로운 가치, 즉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의 가치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인데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요즈음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금융인·법조인들은 아파트 베란다 혹은 옥상에 벌통을 놓고 꿀벌을 키운다. 얼마 전 일본 도쿄 도심 속에서 양봉을 하는 장면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 3년간 양봉협회 소속 회원 수가 2배나 증가했고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사람만 170명을 넘어섰다. 도심 양봉은 호주·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증가일로에 있어 초보 양봉인들을 위한 안내책자·방송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고, 관련 상점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기오염 등으로 점차 사라져 가는 꿀벌을 불러들여 자연의 균형과 질서를 회복시켜 주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꿀벌을 기르고 꿀을 채취하는 도심 양봉은 생태적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현대인들의 꿈을 대리구현하는 현대판 ‘귀거래사 증후군’이 아닐 수 없다. 문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인간은 자연으로 더욱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한다. 도심 양봉은 도심 속 꽃들의 결실을 도와주고 멸종위기에 놓인 꿀벌의 보존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공동체의 유기적 매개로서 꿀벌의 역할은 중대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도심양봉의 즐거움은 설탕 등 인위적 첨가물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달콤한 꿀을 자기가 직접 채취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아까시나무가 화려한 꽃 잔치를 끝낸 후 벌통을 열고 투명한 호박처럼 반짝이는 벌꿀을 짜내며 느끼는 생산의 쾌락을 어디에 비견할 수 있을까.

 또 벌을 키우면 최상의 먹거리만 얻는 것이 아니다. 생명과 자연의 순환고리 속에 자신이 우뚝 서 있음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뉴욕과 도쿄, 런던의 최상위 엘리트들이 도심 양봉을 하면서 느끼는 철학적 사유의 깊이도 이런 생명철학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라.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그리하여 생태형 귀농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양봉 선배로서 나는 먼저 벌 키우는 것부터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베란다건 옥상이건 당신이 키운 예쁜 벌들이 윙윙거리며 도심 이곳저곳에 나눠 주는 생명의 신비함과 풍요를 배울 수 있고, 덩달아 건강까지 지키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귀농할 때 벌통 들고 내려가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