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대신 여행 한길 갔다, 성공이 말을 걸었다
- 세계최대 여행 출판사 '론리 플래닛' 창업자 휠러 방한
1972년 25세 포드 입사 않고, 부인과 고물차 타고 세계로… 39년간 여행→집필→책출간 - 조선일보
- 김수혜 기자
- 입력 2011.11.05 03:06
- 2011.11.05 16:18 수정
- 50대 남성,전라 누가 봤을까?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①포드차에 입사하느냐 ②단돈 65파운드짜리 고물차를 끌고 '유럽→ 터키 → 인도 → 호주 ' 여행에 도전하느냐.
1972년 7월 4일, 25세 남편과 21세 부인이 10년 묵은 중고차에 각국 지도와 슬리핑백·텐트·취사장비를 꽉 차게 싣고 런던을 떠났다. 남편은 런던 비즈니스스쿨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
부인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비서로 일했다. 첫눈에 반해 결혼식 올린 지 아홉 달이 채 안 된 사이였다. 배웅하는 부모에게 기운차게 외쳤다. "1년 뒤 돌아오겠습니다!"
세계 최대 여행 전문 출판사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을 창업한 토니 휠러(Wheeler·65)와 4일 오전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휠러는 "첫 1년이 2년, 3년, 4년, 평생이 됐다"고 했다. 그는 7~9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주최하는 '2011 월드트레일콘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에 왔다.
"1년 중 4개월은 런던, 4개월은 시드니 , 나머지 4개월은 곳곳을 날아다니며 보냅니다. 올 들어 어디 어디 갔냐고요? 크로아티아 를 보트로 일주한 다음,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는 인구 2만명짜리 무스탱 왕국에 가서 2주일간 트레킹을 했어요. 그때 마침 호주 고고학자들이 '원주민 유적을 발굴 중인데 구경오라'기에 헬기로 날아갔다가……아 참, 그전에 콩고 에 가서 야생 고릴라를 봤는데 택시 타고 가다가 경찰이 검문하더니…."
2008년 펴낸 자서전 '론리플래닛 스토리'(안그라픽스)를 보면, 부부의 일과 삶은 다음 패턴의 무한반복이었다. A라는 장소를 여행한 뒤→B라는 장소에서 집필하고→C라는 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D라는 장소로 날아갈 여행작가를 섭외한 다음→E라는 장소로 날아가기 앞서→런던·시드니· 싱가포르 ·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중 한 곳에 들러 책 편집과 인쇄를 마무리 짓는다. 딸 타시(31)는 돌 되기 전에 4대륙을 밟았고 아들 키어런(28)은 남미 페루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첫돌이 됐다.
창업 초기(1975~76년)엔 돈이 없어 남의 기계를 빌려 일일이 책을 찍었지만, 10년 뒤엔 미국, 20년 뒤엔 유럽에 사무실을 냈다. 이처럼 무섭게 성장한 비결이 뭘까.
20세기 초반까지 서구의 여행 출판은 부자와 지식인을 위한 기행문이 주류였다. 2차대전 후 '하루 5달러로 유럽 여행하기'(아더 프로머 지음·1957년) 같은 책들이 등장했다. 항공산업이 성장하고, 히피 문화와 배낭여행이 유행했다.
휠러는 자서전에서 "그전까지 출판사가 여행 책을 냈다면, 론리플래닛은 여행자가 출판사를 차린 경우"라고 했다. 론리플래닛은 전통적인 명승지와 함께 소련 몰락 직후의 동유럽이나 전쟁 와중의 이라크 처럼 굵직한 국제뉴스가 터지는 현장에 대해 발 빠르게 가이드북을 냈다. 먹을 것, 잘 곳, 볼거리 정보를 구체적으로 집어넣었다.
부부는 2007년부터 올 초까지 나누어 지분을 모두 BBC 자회사에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에도 부부가 함께 혹은 따로 끊임없이 여행하기는 현역 때나 마찬가지다.
휠러는 "나는 원래 다른 사람들처럼 특정 장소에 '집'이라는 애착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항공사에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 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2년마다 전학 다녔다.
"어떤 장소건 처음 갈 땐 처음이라 새롭고, 다시 가면 변화상이 새로워요. 못사는 나라는 못사는 대로 정(情)이 넘치고, 잘사는 나라는 잘사는 대로 매력적이에요. 싫어하는 도시? 없어요. 기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을 때 난감하지요. 다 좋거든요."
휠러는 "여행은 분노와 지혜를 동시에 줬다"고 했다. 가령 올 초 들른 콩고에서 그는 광대한 자연, 극심한 궁핍, 추악한 부패를 다 함께 봤다. 그는 "세계 어딜 가나 사람이 바라는 건 똑같더라"고 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재미나게 사는 것이다.
1972년 7월 4일, 25세 남편과 21세 부인이 10년 묵은 중고차에 각국 지도와 슬리핑백·텐트·취사장비를 꽉 차게 싣고 런던을 떠났다. 남편은 런던 비즈니스스쿨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
부인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비서로 일했다. 첫눈에 반해 결혼식 올린 지 아홉 달이 채 안 된 사이였다. 배웅하는 부모에게 기운차게 외쳤다. "1년 뒤 돌아오겠습니다!"
↑ [조선일보]토니 휠러는 포드차에 입사하는 대신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세계 최대 여행 출판사 론리플래닛을 창업했다. 4일 오전 만난 휠러는“요즘 세계 어딜 가나 취업이 안 돼 좌절한 젊은이가 많은데, 나로선‘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충고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요? 음…. 그렇다면 뭐가 좋은지 계속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죠.”/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년 중 4개월은 런던, 4개월은 시드니 , 나머지 4개월은 곳곳을 날아다니며 보냅니다. 올 들어 어디 어디 갔냐고요? 크로아티아 를 보트로 일주한 다음,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는 인구 2만명짜리 무스탱 왕국에 가서 2주일간 트레킹을 했어요. 그때 마침 호주 고고학자들이 '원주민 유적을 발굴 중인데 구경오라'기에 헬기로 날아갔다가……아 참, 그전에 콩고 에 가서 야생 고릴라를 봤는데 택시 타고 가다가 경찰이 검문하더니…."
2008년 펴낸 자서전 '론리플래닛 스토리'(안그라픽스)를 보면, 부부의 일과 삶은 다음 패턴의 무한반복이었다. A라는 장소를 여행한 뒤→B라는 장소에서 집필하고→C라는 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D라는 장소로 날아갈 여행작가를 섭외한 다음→E라는 장소로 날아가기 앞서→런던·시드니· 싱가포르 ·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중 한 곳에 들러 책 편집과 인쇄를 마무리 짓는다. 딸 타시(31)는 돌 되기 전에 4대륙을 밟았고 아들 키어런(28)은 남미 페루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첫돌이 됐다.
창업 초기(1975~76년)엔 돈이 없어 남의 기계를 빌려 일일이 책을 찍었지만, 10년 뒤엔 미국, 20년 뒤엔 유럽에 사무실을 냈다. 이처럼 무섭게 성장한 비결이 뭘까.
20세기 초반까지 서구의 여행 출판은 부자와 지식인을 위한 기행문이 주류였다. 2차대전 후 '하루 5달러로 유럽 여행하기'(아더 프로머 지음·1957년) 같은 책들이 등장했다. 항공산업이 성장하고, 히피 문화와 배낭여행이 유행했다.
휠러는 자서전에서 "그전까지 출판사가 여행 책을 냈다면, 론리플래닛은 여행자가 출판사를 차린 경우"라고 했다. 론리플래닛은 전통적인 명승지와 함께 소련 몰락 직후의 동유럽이나 전쟁 와중의 이라크 처럼 굵직한 국제뉴스가 터지는 현장에 대해 발 빠르게 가이드북을 냈다. 먹을 것, 잘 곳, 볼거리 정보를 구체적으로 집어넣었다.
부부는 2007년부터 올 초까지 나누어 지분을 모두 BBC 자회사에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에도 부부가 함께 혹은 따로 끊임없이 여행하기는 현역 때나 마찬가지다.
휠러는 "나는 원래 다른 사람들처럼 특정 장소에 '집'이라는 애착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항공사에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 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2년마다 전학 다녔다.
"어떤 장소건 처음 갈 땐 처음이라 새롭고, 다시 가면 변화상이 새로워요. 못사는 나라는 못사는 대로 정(情)이 넘치고, 잘사는 나라는 잘사는 대로 매력적이에요. 싫어하는 도시? 없어요. 기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을 때 난감하지요. 다 좋거든요."
휠러는 "여행은 분노와 지혜를 동시에 줬다"고 했다. 가령 올 초 들른 콩고에서 그는 광대한 자연, 극심한 궁핍, 추악한 부패를 다 함께 봤다. 그는 "세계 어딜 가나 사람이 바라는 건 똑같더라"고 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재미나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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