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노태운기자의 블로그 내용....

정진공 2010. 1.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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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6시? 아침 6시? 오전 6시?
   2010년 새해 첫 월요일 이후 나흘째 비슷한 시각에 눈을 떴습니다. 며칠 전이었다면 이불을 빠져 나와 현
관문을 열고 아침신문을 집어들었지만 이제는 더 이불 속 깊숙히 파고 듭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더라도 이제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꼭 가야할 곳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저, 신문기자 생활 그만두었습니다"
   1989년 11월 매일경제신문 편집기자로 신문에 입문한 저는 2009년 12월 31일 중앙일보를 사직했습니다.
   형식은 '명예퇴직'이었지만 제 발로 걸어서 신문을 빠져 나왔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제 어디로 갈거냐"고 묻더군요. 애써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 자신이 구체적으로 계획을 만들어 놓은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좋은 해답이 있습니다.
  '발가는대로'
 
   꼭 20년간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돌았습니다. 쳇바퀴를 빠져나와 조금 쉬고 싶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쳇바퀴를 빠져나오면 당장 마음은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삶의 무게가 곧바로 몸과 마음을 짓누르기 시
작하겠죠.
   그래도 자유를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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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고등학교 때 국어교과서를 통해 처음 읽었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입니다.
   다시 읽으니 현재의 제 마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발가는대로 돌아다니며 "한번 간 길을 되돌아오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신문기자에서 블로거기자로…
  '발가는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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