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이야기

[스크랩] 치과의사의 귀농(歸農)

정진공 2010. 8. 3. 14:56

[한삼희의 환경칼럼] 치과의사의 귀농(歸農)

한삼희 논설위원
누구나 꿈이랄까 하는 것이 있다.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들면 이것저것 버려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러고도 뜻을 이룬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대다수는 꿈을 속으로만 갖지 행동으론 들어가지 못한다. 드물게는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5월 초 전화를 했더니 친구 하는 말이 "나, 저질렀다"고 했다. 올봄 경북 봉화에 사과 과수원 5000평짜리를 샀고 벌써 내려가 농사짓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강남에서 오래 치과의사를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귀농(歸農) 연습을 해왔다. 아는 사람 땅을 몇백 평 빌려서 채소들을 키웠다. 늦은 오후 전화해보면 "지금 밭에 있어" 하곤 했다. 귀농운동본부도 드나들었다. 거길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았다. 한옥 짓는 법을 배운 지도 10년 가까이 된다. 토요일엔 문화재보호재단에서 하는 한옥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도편수에게 배운다고 했다. 그렇게 착착 꿈을 향한 준비를 해온 그가 드디어 행동에 들어갔다.

벼르다가 봉화로 친구를 찾아가 봤다. 서울서 3시간쯤 거리,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했다. 친구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산기슭을 끼고 자리 잡은 과수원이었다. 사과나무엔 아기 주먹만한 열매들이 달려 있었다. 절반은 양광이란 품종인데 열매마다 하나하나 봉지를 씌웠다. 그 작업량(量)이 얼마나 될지 보는 걸로만 까마득했다. 사과나무 아래론 잡풀이 무성했다. 제초제를 치지 않는 초생(草生) 재배라는 것이다. 1m쯤 날이 달린 제초기를 경운기에 달고 나무 사이를 누비고 나면 옷에서 땀을 짜낼 수 있다고 했다. 자두나무도 좀 키우고 있는데 얼마 전 농협을 통해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출하도 해봤다.

친구 꿈은 자연농법으로 사과 재배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사과나무엔 벌레와 해충이 만만찮다. 일본 아오모리에 사는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라는 농민이 농약 한 방울 안 뿌리고도 사과 열매를 맺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도 그의 성공 스토리가 '기적의 사과'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 기무라식(式) 사과 재배에 도전하는 농민이 80명 있다고 한다. 작년에 처음 전남 장성의 농민이 자연농법 사과 재배에 성공했다. 그 농민은 기무라씨가 11년 걸린 일을 3년으로 단축했다.

치과의사 친구는 올가을 사과 수확이 끝나면 포클레인으로 밭을 갈아엎을 예정이다. 사람 키 높이만큼 땅을 판 후 퇴비를 섞어 넣어 토질(土質)부터 바꿔놓고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땅을 갈아엎고 2년은 콩·호밀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땅속에 질소 성분이 찬다. 그다음에야 사과나무를 새로 심고 다시 5년이 더 지나야 사과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자연농법은 땅의 힘을 갖고 하는 농사다. 농약 뿌리고 비료 대줘서 키우는 작물은 뿌리가 얕다. 사람이 영양분을 공급해주니 뿌리가 일을 안 해도 된다. 사과나무 중에는 지지대를 박아 붙들어 매둬야 하는 경우도 많다. 뿌리가 얕아 쉬 넘어져서다. 그런 나무엔 열매도 많이 달리고 알맹이도 크고 맛도 달다. 그렇지만 사과 본래의 사과다움은 잃어버린 사과다.

 

//열매도 많이 달리고 크고 맛도 좋은데...왜 본래의 사과다움을 잃어 버렸다고 하는가?

아주 멍청한 글쓰기...그럼 사과는 맛도 없고 조그마하고 볼품 없어야 하는가?

친구는 강남의 병원은 처분하고 1주일에 하루씩 남의 병원을 빌려서 치과 일을 본다. 앞으로 송아지도 키우고 닭장도 만들겠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해보겠다"고 했다. 과수원 한쪽엔 한옥 공방을 차릴 예정이다. 내 손으로 맞배지붕 한옥을 짓겠다고 한다. 10년을 한옥 기술 배웠는데 앞으로 또 5년, 10년 걸려 가족과 함께 살 한옥을 짓게 된다. 한옥에서 사는 것이 목표라면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농사짓고 한옥 짓는 과정 자체가 그의 목표이고 꿈이지 싶다.

 

[한삼희 논설위원 ]

출처 : 꿈을 위하여
글쓴이 : 꿈을 위하여 원글보기
메모 : 꿈을 위하여 나는 귀향을 했지만 산촌에서 직장생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