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道 덕평휴게소 변신, 쾌적한 정원·쇼핑몰 등 인기… 상반기 매출 151억… 1위 올라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경기도 이천)에 들어서자 원목과 유리로 지은 건물이 보였다. 삼각형 모양 건물 안쪽에는 실개천과 연못이 딸린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연못 주변엔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만들고, 소나무·자작나무·자귀나무 등 나무와 금계국·원추리 등으로 꾸며 유원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회색 주차장에 일자형 건물만 있는 다른 휴게소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에서 강릉 방향으로 27㎞ 지점에 위치한 덕평휴게소는 올 상반기 15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국 160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에 1위를 기록했다(한국도로공사 집계). 지난해는 225억원 매출로 3위였는데, 올 상반기 처음으로 행담도휴게소(서해안고속도로) 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보통 고속도로 휴게소는 도로공사가 건물까지 지어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덕평휴게소는 코오롱그룹이 2007년 도로공사에서 땅만 임대해 500억원을 들여 지었다.
깔끔한 건물과 넓은 정원, 인공폭포 등은 고급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휴게소를 운영하는 코오롱 계열사 '덕평랜드' 이일묵 대표는 "그냥 잠깐 들르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쾌적한 휴게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파라솔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잘 만들었어"라고 말하는 이용객도 있었다.
화장실도 인상적이다. 화장실 한가운데에는 자연채광에 자작나무·관중 등으로 꾸민 정원이 있다. 이 화장실은 2007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을 받기도 했다. 이일묵 대표는 "화장실 하나만으로도 일부러 찾아오는 휴게소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 열 번씩 화장실에 들러 상태를 확인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대걸레, 락스 통을 들고 청소할 정도로 화장실 청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 ▲ 덕평자연휴게소의 깔끔한 건물과 정원(사진 위),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늘어선 쇼핑몰(사진 아래). 평일 2만명, 주말엔 4만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휴게소를 보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휴게소를 찾은 김춘식씨(50·경기도 고양시 행신동)는 "이곳에 오면 시원한 기분으로 운전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아 일부러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덕평휴게소장은 "한 번 우리 휴게소에 와본 고객은 여간 용무가 급하지 않으면 다른 휴게소에 가지 않는다"며 "일부러 식사하고 쇼핑하고 산책하러 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배경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영화 '위대한 유산', 예능 프로 '1박2일',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휴게소에서 쇼핑도
덕평휴게소가 올 상반기 휴게소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김상기 소장은 "평일에는 2만명, 주말에는 4만명 정도 찾는다"고 말했다.
휴게소 안에 위치한 매장 중에선 자체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는 곳도 한둘이 아니다. 골프웨어 '팬텀'은 전국 매장 중에서 1위를 기록 중이고, 폴햄·블랙야크 등도 전국 톱10 안에 들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도 전국 2000여개 매장 중 5위권으로, 월 매출 전국 1위를 한 적도 있다.
덕평휴게소는 아직 미완성이다. 이일묵 대표는 "이제는 휴게소가 많아져 고객이 선택하는 시대"라며 "유휴지 7만여㎡를 활용해 대형마트나 트래킹코스, 이천도자기 체험시설 등을 추가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연구원 권영인 연구위원은 "현재 휴게소는 화장실·식당·주유소 기능이 전부인데 앞으로는 상업, 관광·레저, 문화, 숙박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휴게타운'으로 가야 한다"며 "덕평휴게소가 휴게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