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마곡사를 찾아가다.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에 위치한 태화산 마곡사.
‘대한이 소한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일년 중 가장 추운 대한보다도 더 추운 소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름값을 하느라 지난주 내내 영하의 날씨로 동장군의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춥다고 마냥 집에만 웅크려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주변 경관이 빼어나 봄이 가장 아름답다는 마곡사 한파 몰아치는 이 계절엔 어떤 모습일까... 직접 찾아나섰다.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에서 정안IC로 빠져나가 이정표를 따라 1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마곡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매표소가 보이고 또 그곳에서 오백 미터는 더 걸어야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 웅장하게 서 있는 마곡사를 볼 수 있다.
경내로 걸어 올라가는 길 내내 이어진 마곡천은 꽁꽁 얼어 몇몇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도 한다. 사실 어느 곳이 땅이고 어느 곳이 개울물인지 두텁게 덮여진 눈 아래 놓여있어 경계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태화산 마곡사라는 이정표 위로 등산로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보니, 한파 몰아치는 겨울만 빼고는 이 길이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는 산사의 산책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겠구나 싶은 맘이 들었다.
마곡사는 충남지역의 대표사찰로 제6교구의 본사라고 한다.
그 옛날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여 고려 보조국사가 재건하였다고 하나, 세워진 연원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 시절 이곳에 터를 잡고 불교의 선진문물을 대중에게 전하면서 이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커갔다는 것은 분명하게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들께 글을 배우고 농사법을 배우고 집짓는 방법과 구들을 놓아 연료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까지 배웠다고 한다.
이곳을 마곡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절에서 큰 스님이 법 자리(강연)를 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여 마치 그 모습이 ‘삼밭에 삼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삼마(麻)자, 골짜기 곡(谷)자를 써서 마곡사인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다보니 이곳에는 유형무형의 문화가 저절로 쌓였다고.
그래서 마곡사는 존재자체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영산전에서 보탑, 대웅보전, 대광보전 삿자리, 고방, 세조 임금이 하사한 영산전 편액, 그리고 오래된 굴뚝까지 모두가 문화재이며 보물이다.
절을 가로지르는 마곡천과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태화산이 같이 태극을 이룬다하여 산태극수태극이라 불리며 자리 잡은 위치 역시 빼어난 터전이어서 신라 말 도선국사가 우리나라 10승지 중 하나로 손꼽았다고 한다.
마곡사 대광보전 앞에 위치한 오층석탑은 우리나라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탑과는 그 모양과 의미가 많이 다르다.
보물 제799호이며 일명 다보탑 또는 금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오층석탑은 중국 원나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1층 몸돌 남면에는 자물쇠 모양이, 2층 몸돌 네면에는 소박한 솜씨로 사방불이 양각되어 있어 라마식 보탑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사방불은 모든 공간에 부처님이 영원히 거주한다는 불신상주의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한다.
마곡사는 김구 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무너져 가는 사직을 안타깝게 여기며 원종스님으로 출가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숙소가 있고, 해방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심었다는 향나무 역시 꼿꼿하게 서 있었다.
김구 선생의 사진 아래에는 그가 즐겨 썼다는 휘호(휴정 서산대사의 선시)가 액자에 담겨져 있다. 이 휘호는 지난 2009년 한 원로 탤런트가 연기대상 시상식장에서 감동적인 수상소감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왔던 글귀이기도 하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마곡사에는 마곡사 솔바람길과 백범 명상길이 나 있다.
날씨 좋은 날 함께 걷고 싶은 이와 꼭 한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백범명상길 : 산책코스 3km 소요시간 50분
마곡사(백범선생 기념관 앞) - 김구선생 삭발터 (재현) - 토굴암 - 군왕대(기 체험장) - 마곡사
백범길 : 트레킹코스 5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마곡사 - 천연송림욕장 - 은적암 - 백련암(백범이야기) - 활인봉 - 생골마을(약초마을) - 마곡사
송림숲길 : 등산포함 풀코스 11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마곡사 - 천연송림욕장 - 은적암 - 백련암 - 생골마을 - 아들바위(솔잎 융단길) - 나발봉(황토 숲길) - 전통불교문화원 - 다비식장(죽음체험장) - 장군샘(옻샘) - 토굴암 - 군왕대 -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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