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대중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를 받고 있는

사찰들의 대부분은

안정적인 종무원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개별화되어 있는 종무원 구조와

역량을 어떻게 종단 차원으로

결집해낼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이다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이 매일 아침 예불할 때 읽는 발원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희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들은 사부대중의 수행과 신행이 더욱 바르고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맡겨진 소임을 언제나 기쁘게 실천하겠습니다….’

종단의 각 기관에서 봉직하는 종무원(일반직 재가), 특히 사찰의 종무원들은 복잡한 여러 가지 관계를 잘 이해하고 살아나가야 한다. 불제자이자 종단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임금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근무 여건, 출가 수행자이자 상사인 스님을 올바로 보좌해야 하는 실무자로서의 역할과 자세 등이 매 상황마다 혼재되어 나타난다. 근무 시간이나 업무 영역 또한 정형화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조직의 가치와 전망이 개인의 가치와 전망과 일치하는 일터라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종교적 확신과 가치를 실현해나가면서 일정한 급여를 받아 일상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 어떤 직장보다도 매력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종무원이라면 마땅히 사회 경제적인 시각과 가치보다는 종교적인 시각과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찰의 살림은 종무원이 있음으로 해서 ‘종무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형식적 절차를 갖게 되고 공식성은 물론 공정한 행위의 성격을 띠게 된다. 신도가 종무소에서 종무원을 통해 사찰에 보시하는 시주금은 그 자체로 공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종무원이 실행하는 사업 계획과 예산 수립, 그에 따른 업무 집행과 평가, 결산을 통해 사찰의 운영은 더욱 활성화된다. 종무원이 있음으로 해서 사찰의 모든 일상이 기록되고 그것은 곧 사찰 더 나아가 한국불교의 역사가 된다.

사찰은 언제나 고즈넉한 분위기에 고향과 같은 옛 모습을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신도가 조직되어야 하고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사찰을 단지 스님들의 수행 생활공간으로만 이해하기 보다는 신도를 비롯한 시민 사회에 열려 있는 공간 또는 공중(公衆)의 시설로 바라보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되었다. 어떤 쪽이든 사찰의 운영이 더욱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찰 운영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실무 인력이 안정적으로 종무 행정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찰에 일괄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겠으나 사찰의 재정 수준에 비추어 상식적인 급여를 안정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4대 보험 같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반드시 갖추어야 함에도 아직 많은 사찰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은 우리 불교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신심과 원력이 있고 실무적인 역량을 갖춘 종무원을 양성하는 것은 곧 불교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현재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대중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를 받고 있는 사찰들의 대부분은 안정적인 종무원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개별화되어 있는 종무원 구조와 역량을 어떻게 종단 차원으로 결집해낼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종단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의제들이 제안되고 있다. 한국불교와 종단의 중흥 그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할 종무 인력 양성 제도와 여건이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오늘도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의 아침 예불 발원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사찰, 스님, 신도를 위하여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의 바르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언제나 늠름하고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불교신문2950호/2013년10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