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만난 기쁨

용타스님 - 동사섭의 수행법 고급과정 : 공을 깨닫는 27가지 길

정진공 2014. 2. 8. 14:41

"공(空)은 불교의 핵심 사상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공이 무엇인지 속 시원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의 이치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공을 통해 모든 고통을 근치(根治, 병을 완전히 고침)할 수 있을 것입니다."

33년 간 '동사섭'(同事攝)' 수련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용타스님(재단법인 행복마을 이사장)이 공(空)의 이치를 설명한 책 '空-공을 깨닫는 27가지 길'을 펴냈다. 책의 내용이 동사섭 수련프로그램 고급 과정 교재인데다, 용타스님 스스로도 "50년 수행의 결정체"라 말할 정도로 사실상 '동사섭의 고갱이'인 셈이다.

   
용타스님.
용타스님은 불교계에서 2만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해 낸 '동사섭'으로 유명하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그리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스님의 책을 기획ㆍ편집한 사기순 민족사 주간에 따르면 용타스님은 "힐링 멘토들의 멘토"다. '국민 멘토'로 불리는 법륜스님과 '자비명상'의 마가스님이 오래 전부터 용타스님과 인연을 맺고 수련프로그램 운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용타스님은 "나 역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과 다양한 수행법, 현대 심리학ㆍ상담학 등을 받아들여 동사섭을 만들었다"며 손을 저었지만,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동사섭 '마니아'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임직원들에게 동사섭을 권하는 것은 물론, 경상남도 함양군의 동사섭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데 3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기도 했다.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 방편이 바로 책에 담긴 27개의 공리(空理)다.

용타스님은 "대학교 2학년이던 1963년,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뜻을 이해하며 일생일대의 환희 체험을 했다"며 "그 이후 공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됐고, 반평생을 공의 이치와 이해에 관심을 기울이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청화스님의 문하로 출가해 수행하던 1978년 즈음 '공을 깨닫는 접근법' 10개를 정립했고 지금까지 하나씩 보태져 27개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스님이 27가지 공리의 모태로 꼽은 연기고공(緣起故空)에 대한 설명을 보자. "어떤 존재를 실체로 여길 때는 그것이 분별-시비-집착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로 비실체로 여긴다면 그러한 대상이 될 수 없다. 곧 전자의 경우는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고, 후자의 경우는 집착할 만한 대상이 본래 없으므로 그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용타스님은 책에서 공리의 중요성을 거듭거듭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 역시 방편"이며 "공리의 이해와 체득만이 해탈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하고 있다.

   
 
스님은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그 자체가 진리기 때문에 설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고득락(離苦得樂")의 방편이 되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며 "27개의 공리 역시 진리성 차원이 아닌 방편성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이며 주객에 대한 분별-시비-집착을 방하하게 하여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관점이 있다면 그 어떤 관점이든 공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 공부는 공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깨달음의 차원으로, 깨달음의 차원을 넘어서서 증득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공을 깨닫는 27가지 길> 용타스님 지음, 민족사,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