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66년 출가 대효스님과 금강스님의 만남.. 진공

정진공 2021. 4. 19. 14:30

"과거·미래 의식말고 숨쉬는 지금 행복해야"

제주서 禪수행 붐 일으킨 `원명선원장` 대효 큰스님

"불교는 깨달음 얻는 종교…
올바른 선수행은 결국
어린아이가 되는 것"

40년간 `원명선원` 이끌며
가르침 받은 사람들만 수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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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자연과 인간이 잘 조화된 땅입니다. 본디 선(禪)이라는 것이 자연이 자연대로 있는 곳에서 쉽게 뿌리 내립니다."

제주 원명선원장 대효 큰스님(75)은 관광지로 유명한 제주에서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참선도량을 일으켰다. "1976년 겨울 한철 보내려고 제주에 왔다가 눌러앉게 됐습니다. 그때 보니까 제주 사람들은 불심은 깊은데 불교를 대하는 방식을 잘 모르고 있더군요. 부처를 믿기는 믿되 토속신앙과 뒤섞인 기복신앙이 대세였어요. 그때부터 정통 조사선(祖師禪)을 전파하기 시작했죠."

대효 스님은 이때부터 스승인 서암 스님을 모셔와 무차법회를 열고, 각종 참선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에 전파하는 등 제주 불교 중흥에 뛰어들었다. 잠이 들기 전에 하는 `침선`, 활동하면서 하는 `행선` 등의 수행법도 개발해 보급했다. 철저하게 참선에 의존하는 스님의 수행법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몇 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스님의 수행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원명선원에서는 예불도 안 합니다. 자꾸 형식에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는 무엇인가를 믿고 의지하는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종교입니다."

대효 스님은 불교계에서 알아주는 선수행의 큰 스승이다. "니체는 이상적인 인성의 가치를 어린아이에게서 찾습니다. 불교도 니체 사상과 비슷합니다. 인간은 머리에 지식이 들어차고, 사회적 위치가 생기면서 올바른 인성을 잃어버립니다. 때 묻지 않고 자연스러운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가 되는 것. 그것이 참선의 목적입니다."

스님에게 현대인들이 혼돈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를 묻자 단박에 답이 돌아온다.

"너무 많이 가졌는데 정신은 빈곤해서 그래요. 생각해 보세요. 물질을 소유하면 그 물질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면 또 다른 물질을 욕망하게 되죠. 불나방이 되는 거예요. 끊임없이 불(물질)을 향해 뛰어들고 결국 불에 타 죽는…."

원명선원을 통해 스님에게서 선수행을 배운 사람은 수만 명에 이른다. 스님은 선원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떠나라고 가르친다.

"과거와 미래에 붙잡혀 있으면 불행한 거예요. 과거는 지나간 일이니 아무 소용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잖아요. 특히 현대인들은 미래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살아요. 그 기대를 이루기 위해 자기를 내던지고,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고, 기대가 안 이루어지면 좌절하고 그래요. 저는 `희망이 결국 우리를 복장 터지게 만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미래를 꿈꾸지 말고 현재에만 집중하면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행복이에요. 어디에도 기대지 말고,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그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해요."

1966년 출가해 서옹 서암 스님 등으로부터 불법을 배운 스님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어디든지 주인이 되면, 그곳이 바로 불국토)`이라는 사상을 전파한 당나라 말기 임제선사를 존경한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나`라는 건 `나`라는 말뿐입니다. 고정된 `나`는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고정불변의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나`는 계속 바뀌는 존재입니다. 죽음도 결국 `바뀜`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2008년부터 안성에도 할인선원을 열어 조사선을 가르치고 있는 스님은 "나는 선원을 경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원은 경영이 아니라 수행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선원이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바꿀 생각은 없다. "종교는 나약한 존재의 의지처가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 각자의 가치와 존엄을 깨닫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