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스크랩] 노인요양서비스, 시장으로...

정진공 2009. 7. 22. 00:04

Cover Story
 
공공복지 전달체계였던 노인요양서비스, 시장으로
 
 
요양보호사 제도 졸속 추진,
사회적 공익성 전반에 악영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입법은 고령사회를 대비한 참여정부의 가장 구체적인 복지정책 중 하나다. 기존 노인복지서비스체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포함한 저소득층 위주의 선별적 체계였다면, 이 제도는 보편성에 입각해 ‘(노인성 질환을 가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특히 가족의 영역에 맡겨왔던 노인장기요양문제를 사회연대원리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분담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측면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노인부양 과제를 사회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보편적 체계를 주요 특징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혜 범위는 여전히 제한되고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나, 최소한의 공적 노인요양시설 및 관련 인력 확보 등 기초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부터 추진한다는 점 등이 여론의 주요 뭇매 대상이다. 특히 공공복지 전달체계였던 노인요양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월간 『Social Worker』는 사회복지사가 노인요양시설에서 자기전문성을 발휘할 때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중장기적으로 사회복지사의 노동환경과 전문사회복지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복지사 일반의 입장에서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짚어봤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예고됐다
올해 당장 필요한 요양보호사 숫자만 해도 4만8,000여명. 생활지도원, 가정봉사원 등 2년간 유예가 적용되는 1만4,000여명의 기존 인력을 제외한다 해도 당장 3만4,000여명을 양성해야 한다. 물론 기존 인력 역시 예외는 없다. 제도시행 전인 6월30일까지는 의무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수급자에게 배설, 목욕, 식사, 취사, 세탁, 청소, 간호, 진료의 보조나 요양 상담 등을 제공하는 단순 업무이니만큼 취득 요건은 간단하다. 하지만 현장 사회복지사들은 그 간단한 취득 요건을 문제로 지적한다.
정국인 휘경노인주간보호센터 소장은 “2급은 120시간(약 1개월 소요), 1급은 240시간(약 2개월 소요)의 교육과정만 거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격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국가자격이 있을 경우 교육면제시간이 있지만, 간호사(40시간 교육)보다 사회복지사(50시간 교육)의 교육시간을 길게 차등해 놓은 것에도 그녀는 유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신체적 부분만 서비스하는 게 마음에 걸리죠. 심리적, 사회환경적 서비스, 즉 복합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져 영양의 불균형도 예상됩니다.” 결국 요양제도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입장이다.

‘임금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불안정 노동 양산
그렇다면 요양보호사 자격은 왜 만든 것일까. 이와 관련해선 지난해 2006년 5월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낸 ‘노인수발보험제도 시범사업 평가연구(1차)’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이 연구 보고서 370쪽의 수가선정 개발원칙 중 ‘효과성 및 책임성의 원칙’에 적시한 내용이, 정부가 재정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저가노동인력을 구상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 “…높은 자격은 높은 임금을 요구하므로 사회적 장기요양비용을 고려한 임금수준, 자격기준이 고려되어 인력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언급된 부분이 그것이다. 즉, 정부는 이(요양보호사)를 통해 표면적인 일자리 창출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임금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불안정 노동의 양산과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예고됐던 셈이다. 이와 더불어 요양시설 운영을 전폭적으로 민간에 맡김으로써 사회적 공익성을 해칠 우려도 적지 않다.
또한 기존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도 현저히 낮은 상황에 사회복지현장을 더욱 저가노동시장으로 전락시키고 전문성을 사장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최옥란 은파치매주간보호센터 소장은 “단적으로 말해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려면 이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아닌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식의 제도가 정착될 경우, 노인분야를 필두로 장애인분야 등 다른 분야까지 유사제도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는 결국 사회복지 영역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사회복지계 전반의 임금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하지 않겠냐”는 것.

전문가적 자존심과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 사이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단순업무를 하는 보조인력일 뿐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는 요양보호사가 시설장이 된다 해도, 시설이 시장에 맡겨진 이상 클라이언트들이 사회복지사가 시설장인 곳을 택하지 않겠냐는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이 저면에 깔려 있다. 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전문가가 아닌 간병인 개념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인력은 사회복지사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장의 특성상 상시적인 요양노동인력(정규직)의 부족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사회복지사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보사연의 연구가 간접 시사했듯 높은 자격 조건(사회복지사)을 가진 인력, 즉 사회복지사들은 민간시장이 원하는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는 데에 맹점이 있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보다 많은 요양노동인력이 필요하지만 시설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미숙련 노동자들만 채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외국의 예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보다 먼저 사회보험 형태로 요양보험을 시행한 독일 정부는 국립 요양시설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결국 요양서비스의 질보다는 그 가격만이 우선시 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아웃소싱, 용역, 시간제 등의 불안정노동관계가 확대됐다. 물론 여기엔 99년부터 발생한 재정 적자라는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일본도 재정 악화로 2006년 요양 대상자 범위를 줄이는 제도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20만 사회복지사 중 유휴인력이 투입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요양시설이 사회복지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덧붙여 사회적 기회비용과 노동손실 감소, 사회 전반의 경제적 편익과 부수효과 발생도 기대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전망 역시 사회복지계의 불안정 노동 확산과 전반적 임금 하락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사회복지 정체성 지킬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들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단연 사회복지의 정체성에 있었다. 정국인 소장은 “민간시장에 맡길 경우 사회적 공익성보다 이윤추구를 중점에 둔 시설들이 난립할 텐데, 장기적 경쟁 상황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정체성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 소장은 종교시설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2월25일자 국민일보의 경우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노인요양보험)를 앞두고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요양 보호사가 4만명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교회와 성도들은 유급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복음까지 전파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요양보험 도입에 따른 요양서비스 분야가 교회와 성도들의 참여 폭이 넓고,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전에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얘기할 때는 종교시설은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라고 단칼에 벴었죠. 하지만 이제 민간에 맡겨지잖아요. 민간 시장인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알겠어요. 정부가 관여하면 그걸 오히려 이상하게 보겠죠.” 최옥란 소장의 말이다.



[Cover Story] 외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사회복지 불안정노동 급증할 듯
독일·일본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사회보험 도입 역사 100년을 자랑하는 독일은 한국이 올 7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1995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다. 한해 사회보장예산만 약 963조원(2003년 기준). 독일의 요양기관 종사자들은 한국의 그것을 어떻게 전망할까.
지난 2월22일 ‘장기요양제도 공공성확보를 위한 국제워크숍’에 참석한 데틀레프 바이어 페터스 독일 베르디노조 서북지역요양기관 노동자평의회 의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 “악순환의 고리”라고 단언했다. 시장화를 통한 시설간 경쟁 유발로 인해 사회복지계의 불안정노동이 늘어났고, 서비스의 질도 함께 떨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독일 정부는 요양보험의 비용증가를 제한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고민했는데, 결정된 방식이 바로 국립 요양시설의 민영화를 통한 경쟁 촉진이었기 때문이다.
데틀레프 의장이 전한 독일 정부의 요양보험 비용 증가 제한 방안은 이렇다. △요양보험을 부분보험으로 전환 △정부보다 민간 우선 △가격경쟁을 통한 경쟁력 확보 △요양급여 상승 제한 △요양노동자 감축 △아웃소싱, 용역, 시간제 등의 불안정노동관계 확대 △미숙련 노동자의 비중 확대 등.

수요↑, 인력↓, 비정규직↑, 서비스질↓
독일 요양시설의 경쟁 격화는 상시적인 요양노동인력의 부족현상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요양인력의 필요량도 증가했지만, 민간기관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데틀레프 의장의 설명이다. 요양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자연스레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예도 마찬가지다. 정국인 휘경노인주간보호센터 소장은 “2000년부터 개호보험제도를 도입해 어느 정도 정착기에 이른 일본의 경우 큰 시설들이 지역 내 작은 집을 마련해 어르신들을 돌보는 형태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히려 시설 중심으로 대세를 역행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인부양 과제의 사회화 계기를 마련한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외국의 예를 볼 때, 사회전체의 공익과 사적이윤창출논리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벌써부터 위태로워 보인다.
오는 3월12일 서울 종로 소재 출판문화회관에 가면 일본의 노인요양보험제도와 관련한 워크숍(‘일본 전노협에게 듣는다 : 일본 개호보험제도의 교훈, 한국에 보내는 제언’)에 참석할 수 있다.
 

출처 : 노인요양서비스, 시장으로...
글쓴이 : 세미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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