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이야기

장안농장 스토리!!!

정진공 2010. 2. 7. 12:51

사업부도뒤 귀농..300만원 융자로 유기농 도전
농법서 포장재까지 직접 개발..국제유기인증 획득
"스테이크도 쌈 싸먹자"..쌈채소 수출 준비
(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사업체가 부도나며 10억원의 빚을 지고 쫓겨 다니던 불운한 시절을 꿋꿋이 이겨내고 귀농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 준 인물이 있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에서 쌈채소를 재배하는 류근모(50)씨가 주인공. 주변 사람들은 그를 '쌈 아저씨'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섣부른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한순간에 인생이 망가졌던 그는 '쌈' 덕분에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장안농장 대표다.

◇부도뒤 귀농..쌈 채소와 만나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상추와 깻잎으로 스테이크를 싸먹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그는 15년 전만 해도 인생 패배자에 불과했다.

1987년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기계공학도였으나 서울 양재동에서 화훼업을 시작했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때라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큰돈을 버는 듯했으나 경험도 없는 조경사업에 손을 대면서 10년 만인 1996년 10억원의 빚만 진 채 쫓기듯 서울을 등졌다.

부인의 권유로 처가가 있는 충주에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그 직후 장인.장모가 잇따라 돌아가시면서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뿐이었다.

입에 풀칠이나 하자며 남의 땅을 빌려 감자와 땅콩 농사도 지어봤지만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는 모두가 버거운 일이었다.

거듭된 실패로 인생 패배자의 길로 들어설 무렵 "300만원을 융자받아 좋은 작물을 재배해 보자"는 부인의 조언은 현재의 그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전국 곳곳의 '채소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배움을 청했으나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수없이 낙담도 했다.

그러나 전국 농산물이 집결되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1년간 오간 끝에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하기로 결정했고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성공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던 채소에서 다량의 농약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약'이 됐다.

고품질의 안전한 먹을거리만 생산한다면 쌈 채소에 돼지 삼겹살을 즐기는 우리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살 길
그러던 중 고향 선배이자 큰 형의 후배로 유기농 분야의 권위자인 이해극씨를 만난 것은 그에게 천우신조였다.

이씨의 도움으로 화학비료 대신 조개껍데기나 뼛조각을 퇴비로 사용하는 친환경 쌈채소 재배법을 익혔고 이를 토대로 신문과 책을 섭렵하며 키토산이나 옥돌, 맥반석, 목초액, 숯 등을 활용하는 유기농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웰빙 분위기를 타고 유기농 채소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1.5㎏당 1만∼2만원에 팔리는 일반 상추와 달리 10만원에도 판매가 됐다.

이 덕분에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도 무난히 버틸 수 있었다.
2001년에는 장안농장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우수농장으로 선정됐고 2004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기농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또 2007년에는 쌈채소 농산물 우수관리제(GAP) 물류센터를 개점했고 2008년엔 다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쌈채소 부문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국제(IFOAM) 유기인증과 유기농 채소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농무부(USDA)인증도 획득하는 등 장안농장이 받으면 줄줄이 국내 최초가 되는 진기록들을 잇따라 세웠다.

그는 39만6천여㎡의 장안농장에서 직원 210명과 함께 쌈채소 외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50여종의 나물과 허브나 쌈케일 등 100여종의 외국산 쌈채소도 재배하는 농장주로 성장했다.

장안농장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농장도 제주도와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다.

◇'스테이크 싸먹는 채소' 수출 추진
일반 채소와 차별화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재래시장에는 상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류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인터넷 주문판매도 대량 판매보다는 안전성과 신선도를 중시하는 상위 1%의 고소득층을 단골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장안농장만의 농업시스템을 갖췄다"면서 "앞으로 10년간은 누구도 넘볼수 없는 최고의 유기농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양에서는 주로 채소를 슬라이스로 만들어 드레싱을 곁들여 먹지만 우리는 맵고 달고 쓴맛의 채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면서 "이런 섭취법이 세계에 알려지면 대단한 한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작년 식품가공전시회 참가차 일본 도쿄에 갔다가 전시장 앞의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를 보며 쌈채소를 이용한 세계적 체인점 사업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는 "한류 열풍을 잘 활용하면 쌈밥 체인점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추 CEO는 "3년 전부터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다니며 시장 조사를 마쳤다"며 "이르면 이달 중순 첫 수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한국에서 재배한 유기농 상추와 깻잎으로 스테이크를 싸먹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n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