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만난 기쁨

[스크랩] 구도소설 『꿈속의 인연들』

정진공 2010. 5. 11. 09:13

 

 

 

구도소설 꿈속의 인연들


소설은 태백산 자락 무착산 해발 630여미터에 자리 잡은 불당골에서 시작되고,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열한 살 청과 아홉 살 용 두형제가 불당골 무착스님께 맡겨지고, 천수경을 시작으로 초발심자경문, 치문

등을 배우며 행자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청은 우연히 불당골 언덕위에 올랐다가 고개 너머 여우골에 사는 파평 윤 씨 집안의 외동딸인

두 살 누나인 행자를 만나게 된다. 청과 행자는 가끔 언덕에서 만나 그간의 안부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이란 감정이 싹트게 되며 사춘기를 보낸다. 이 소설에서는 수행과정에서 겪게 되는 행자와의 관계를

동화처럼 그려내며 잔잔하게 전개된다. 행자, 출가한 어머니스님 등 양념처럼 섬세하게 묘사되는 줄거리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 깊이 속으로 빨아드린다.

 

후에 청은 청학스님이, 용은 용선스님이 되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수행해 나가게 되며, 청학은 수행 20년

만에 대본산 강사가 되고, 용선은 선객으로 화두 일념으로 수행해나간다. 청학은 원망도 하고, 보고도 싶었던

어머니가 출가하여 비구니가 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시집간 행자의 딸이 어머니 스님의 상좌가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연과 인연이 굴레가 되어 윤회하듯 돌고 돎을 안다.

청학스님은 출가했던 불당골에서 어릴 적에 행자에게서 받은 원앙이 수놓인 하얀 손수건에 싼 딱지처럼 접은

유언을 대신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결과부좌한 자세로 열반에 들면서 막을 내린다.       


 

행자씨 식구들에게..


반백여 년을 끌고 다닌 환과 같은 이 몸, 이제 버릴 때가 되어 이렇게 두고 옛 길로 들어섭니다.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모습 있는 색신(色身), 본래는 실체 없음 속에서 나투어진 헛꽃이었습니다.


꽃은 져도 그 향기 우주에 넘쳐 있듯 인간의 몸과 생명성도 그와 똑 같지요. 생긴 적 없기에 없어지지도

않는 영롱한 생명성, 온 곳도 또한 갈 곳도 없는 아름다운 그것은 옛 길을 끊임없이 비추는 영원의 광명입니다.


옛 길은 다듬어지지 않은 태고 적 길입니다. 그러나 토끼가 다니면 짐승길이 되고, 물이 흐르면 물길이 생기며

사람이 왕래하면 인도가 됩니다. 그리고 생각이 오가면 마음 길이 열리고 길을 잘 닦으면 옛길이 열립니다.

그 길은 닦음이 없는 무한대의 길이기에 닦는대로 나오는 신통한 길이지요. 그래서 잡생각이 오가면 잡길이 열리고

참 생각이 드나들면 참길이 생깁니다.


우린 그 참길을 걷기 위해 인간으로 왔으며 반드시 그 길로 가야 합니다. 참길의 개척은 새로 길을 만들거나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그런 번거로움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잘못된 길이라는

한 생각을 분명하게 일으키기만 하면 그 길이 바로 새 길이요, 옛 길이며 참길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을 그냥  방치해 버리면 새 길은 또다시 헌 길이 되고 맙니다.


참생명의 그 길은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는 역동성의 자리이며, 뭇 생명을 아름답게 길러내는

문전옥답(門前沃沓)과도 같은 비옥한 대지입니다. 그래서 보살과 여래의 튼튼한 종자를 심고

선근과 공덕으로 끊임없이 가꾸어서 가없는 지혜와 자비의 감로수를 마시고 우리 모두 구멍 없는

피리로 태평가를 부르게 되는 옛 길로 들어서도록 서로 서로 도와줘야 합니다.


옛 길에 돌아와서 바라본 지금의 이 길, 그것은 환과 같은 몸과 꿈속의 집이었으며 자비와 지혜 또한 정해진

실체가 없기에 무진장으로 나오는 참 생명의 따스한 길입니다.


이제 불당골의 새 주인이 된 행자씨 식구들도 마음 길을 잘 닦아서 옛 길에서 만납시다.

벗어 던진 헌 옷 치우게 하는 수고로움 송구스럽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청학.


추신. 경상 위에 있는 족보 책 중에 접은 부분을 잘 보십시오.



지은이: 기후스님

편낸곳: 맑은소리 맑은나라

가   격: 12,000원


기후스님 약력.

1965년 범어사 입산

1969년 통도사에서 득도

1971년 통도사 승가대학 졸업

        통도사, 해인사 강사

        봉암사, 통도사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

        기림사 북암에서 6년 묵언 정진

1991년 호주 시드니 접법사 창건.

        15년간 해외 포교

현재 축서사 북암에서 안거 중.


파는 곳: 동네서점에 가따놨습니데이~

출처 : 왕발의 산 이야기
글쓴이 : 왕발 원글보기
메모 : 부산 코모도 호텔 1011호에서 여명과 함께 전반을 읽고 화순 쌍봉사에서 후반을 읽으면서 인생 인연의 끈을 보고나서 콧등이 짠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