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트기 전 새벽
예불을 위해 대웅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가뿐하다. 참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전국의 사찰은 숲 걷기 명상, 예불, 참선, 발우공양, 다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불교의 정신문화를 전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이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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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108배를 하며 염주꿰기(원 안 사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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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숲에 누워 땅의 기운을 받으며 명상하고 있다. |
새벽이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늦가을 충남 공주군 사곡면 태화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마곡사를 찾았다. 원경 주지스님은 산사를 찾아오는 수행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평화와 평정을 찾고 사람들과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얻어 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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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사곡면의 한국문화연수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불자회 가족들이 연수원장 초격 스님의 덕담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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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창석씨와 부인 유희연씨, 아들 이준희군이 숲 걷기명상 도중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고 있다. |
마곡사 주말 템플스테이는 태화산 숲길을 걸으면서 명상하는 일정으로 시작한다. 한 시간가량 걷고 숲에 누워 땅의 기운을 받는다. 참선과 기를 모으는 명상으로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 가족과 함께 온 이준희(11·서울)군은 걷기 도중 돌탑에 돌을 조심스레 올리며
축구게임을 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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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연수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불자회 가족들이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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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연수원 템플스테이의 발우공양 식기. |
어둠이 드리워진 조용한 산사에서 자연이
선물한 재료로 저녁공양을 마친 뒤 마곡사 스님들과 함께 저녁예불을 드린다.
108 염주 꿰기를 하며
정신과 육체의
집중력을 높인다. 108번 절을 하며 한 번에 한 개씩의 염주를 꿰어 108개로 완성된 나만의 염주를 만든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발우공양(鉢盂供養)’의 시간도 뜻 깊다. 발우란 스님들의
그릇을 뜻하는데
국그릇, 밥그릇, 청수그릇, 찬그릇의 네 가지다.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안에 들어간다. 남은
음식을 모두 먹은 후 청숫물로 헹구어 정리한다. 네 개뿐인 그릇 중 하나가 닦아내고 비워내는 용도로 쓰이니 그 마음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쌀알 하나도 지은 이의 공덕을 헤아려 버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음식으로 정신과 마음을 채우는 스님들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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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숲에 좌정해 명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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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숲 걷기명상을 하면서 돌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
불자회 이근성 총무는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를
체험하며 가족의
화목과 직원들의 화합을 다지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치열한 무한경쟁 속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템플스테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세속의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과 사람을 통해 평화와 위안을 얻는 시간이 아닐까.
사진·글=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