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 설행과정ㆍ전승자
전체적 현황 엮은 최초 보고서
1980년대까지 염까지 사중서 진행
지금은 배우려는 스님들 드물어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봉행된 2010년 3월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의 다비식 모습. |
불교의 전통적인 화장장례의식인 다비(茶毘)에 대한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단 차원의 첫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다비는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사찰과 문중에 따라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의식 특성상 외부의 출입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 가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장의 기록화나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다비의 설행 과정과 전승자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현황에 대해 자료로 엮은 최초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다비의 사찰별, 문중별 전승현황을 파악하고 기록화해 향후 학술적 연구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각 사찰마다 연화단 제작과정과 전승양상은 다양하지만 현재 특정한 전수자가 없다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절 소임을 보면서 경험으로 습득한 스님들도 마땅한 전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혀 전통의 단절이 우려된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해인사 종성스님은 “1990년대부터 스님들이 다비를 배우지 않는다. 지금 전수받는 스님이 없고 거의 인부들이 작업을 한다”며 “1980년대까지는 염까지 스님들이 사중에서 다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범어사 석공스님도 “다비장에서 눈 여겨 보고 묻는 스님들이 간혹 있지만 배우려는 스님들은 드물다”며 “힘든 일이기 때문에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덕사 도준스님도 “인연 따라 누군가 이어주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각 사찰마다 연화단 제작과정과 전승양상은 다양하지만 현재 특정한 전수자가 없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출처=<다비 현황조사보고서> |
다비문화의 보존계승과 현대적 활용을 위해 일반 신도들도 불교식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신도들을 위한 다비장이 개설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전통방식에 입각한 정형화된 다비장을 상설로 제작해 재료를 줄이며 열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을 보완점으로 제시했다.
연화대 제작이 선대로부터 전승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범어사, 백양사, 수덕사, 봉선사 4곳이었다. 새로 창안된 곳은 해인사. 선암사는 특별한 전승양상이 확인되지 않고 사찰수행의 일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가운데 백양사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타 사찰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추고 있다. 백양사는 백암산의 소나무와 숯, 항아리를 이용해 연화단을 제작한다. 연화대 밑에 명당수 항아리를 묻고 동서남북에 사방수 항아리를 놓아 제일사리와 제이사리를 수습하는 방식으로 의식을 치른다. 수덕사는 거화 의식 후 전소 시간이 약 4시간 정도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재료는 덕숭산 소나무와 솔가지이며 숯이나 새끼 등의 재료를 쓰지 않고 오직 나무만을 사용해 당일 바로 다비를 진행한다.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발간사를 통해 “사찰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현대화 되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는 불교의 전통을 올바르게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전통방식으로 다비장을 제작하고 다비를 설행하는 특색 있는 사찰들을 선정하고 각 사찰별로 전승자에 대한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2013년 실제 설행된 다비의 전후 과정 전체를 현장에서 조사ㆍ기록했다. 의식집은 대부분 우리나라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책인 <석문의범>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총무원 문화부에서 실시하는 ‘불교무형문화유산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다.
■ 다비의 유래
다비는 화장(火葬)을 일컫는 범어인 자피타를 음차한 것으로 불교 전통적인 장례의식이다. 불교 전래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하나의 장례의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삼국유사>와 탑비문 등을 통해 다비 정착은 7세기 이후로 보고 있다. 이후 조선시대 <석문상의초> <석문가례초> 등 승가 상례 의식집의 편찬과 더불어 불교 특유 의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불교가 억압받는 조선시대에도 스님들은 모두 다비로 장례를 치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