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요, 이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녀들에게 재산을 모두 상속해 주고 버림받는 이른바 '상속 빈곤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부모와 자녀 사이의 재산 상속 다툼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최근 10년 사이 3배 이상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모 부양으로 재산 다툼을 벌이는 가족을 보니까 자녀가 많을수록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떠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것처럼 한 마디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줬는데, 정작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부모를 모시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신 고려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서울 구로구에 사는 74살 이모 할머니의 경우 지난 98년 숨진 남편으로부터 2층 짜리 집을 유일한 재산으로 받았습니다.
이 할머니는 3남매의 자녀가 있는데 이 가운데 미국으로 이민을 가 고생하고 있는 장남에게 나머지 두 자녀를 설득해 전 재산인 집을 상속해 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4년 뒤에 벌어졌습니다.
이 할머니가 2012년 뇌출혈로 쓰러졌고, 수술을 받았지만 신체 마비가 왔습니다.
장남에게 연락을 했지만 돈이 없다는 얘기만 돌아왔고, 결국 장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000만 원의 치료비와 매달 200만 원씩 생활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일찌감치 형제 사이가 금이 간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이 할머니가 받은 상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게 큰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례를 '상속 빈곤층'이라고 하는데요, 중앙일보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부양료 청구사건 판결문을 조사했더니 10건 중 3건이 상속 빈곤층 부모가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앵커]
이 기자! 또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오히려 자녀가 많을 수록 서로 부모에 대한 부양을 떠넘기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내용이죠?
[기자]
흔히 '자식농사 잘 지으면 노후 걱정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조사된 결과를 살펴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부모· 자식 간 부양료 청구소송 판결문 144건을 분석해 보니, 85.4%가 자녀 2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와 자식들간에 '부양을 해라', '못한다' 이렇게 서로 싸우다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가족 가운데 10에 8은 자녀가 2명 이상 많게는 9명까지 있었습니다.
부양을 외면당한 부모들의 평균 자녀 수는 3.4명이었습니다.
이른바 '다자녀의 역설'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주요 원인이 형제가 많을수록 부양하는 자녀와 부양하지 않는 자녀간 편이 갈린 다는 것입니다.
'왜 나만 모셔야 되느냐' 혹은 '네가 모셔라' 이런 것이죠. 만약 물려줄 재산이 있다면 요즘에는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추세인데요, 부양은 한 사람만 맡는 경우, 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사례처럼 재산을 한 자식에게만 몰아주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형제가 많으면 자녀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부양에 대한 책임감이 심리적으로 덜해 진다는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 라고 말하는데요, 이런 경우를 심리학 용어로 'bystander effect' 즉 방관자 효과라고 하는데요, 이런 심리도 작용한다는 것이죠.
[앵커]
들어보니 문제가 심각한데요, 대부분 어르신들은 자녀 교육에 부모 부양까지 맡았던 세대여서 노후 대책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세대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부모 자식간 소송을 법정에서 자녀들이 아버지를 "oo씨" 이렇게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법정에 서게 되면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사라지고 소송 상대로서 증오의 감정만 남게 된다는 것이죠.
막판에 몰린 부모들이 낸 소송이다보니 대부분 이긴다고 하더라고 상처가 더 크게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지 접근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일단 현재 경제력이 있는 부모들은 자식 부양에 대해 노후 생계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올인' 하거나 결혼비용 등으로 재산을 미리 증여하지 말라
특히 자녀 교육비로 100만원 이상 쓰는 경우도 많은데요 자녀가 2명만 되도 노후 준비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사교육보단 인성교육을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안정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
노후를 자녀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제도를 통해 '촘촘'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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